<꽃보다 청춘-페루편>을 다시보기 하면서 새삼 유희열의 됨됨이에 반했다. 누구보다 꼼꼼히 준비하고 배려하면서도 누구보다 털털하고 결정적으로(!) 생색내지 않는다. 생색낼 일인지조차 모른다. 단순함과 센스가 이렇게 한몸에 공존할 수 있다니. 체급이 안 맞아 살림 차리긴 어렵겠지만, 평생 옆에 두고 싶은 남자이다. 부디 홍삼 먹고 오래 살아줘요.
새정치민주연합에 ‘마지막’ 접두사를 붙인 훈수들이 쏟아진다. 호흡기 끼고 연명하는 중환자 취급이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여러 헛발질을 했지만 넘치는 ‘오너의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그렇다고 모두 다 그렇게 ‘까댈’ 줄은 몰랐다. 안팎으로 ‘네가지’ 없이 구는 모습에 혀를 차게 되지만, 그래도 가려보는 것은 그들이 우리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제1야당이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도 저마다 한줌의 기득권도 내려놓지 않으려 한다. 오죽하면 최근 몇번의 선거에서 “모조리 낙선시켜 정신차리게 하겠다”는 말이 수도권에서, 호남에서 쏟아져나왔을까.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으나 왜 그런지도 모르는 것 같다. 이렇게 천지분간이 안 되니 감성변태는 고사하고 감성변화나마 가능할까.
10년 전 탄핵정국에서 당시 한나라당이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옹립’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급하고 아쉬우니 닥치고 뭉쳤다. 전직 대통령이 ‘7푼’이라고 명명하는 사람이라도 일단 밀어올려 일을 도모하는 것이다. 결국 내리 승리했다. 공학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먹힌 것이다. 그 와중에 국민 경선이든 20대 리더든 ‘원조’가 어딘지 따질 것 없이 좋다는 거다 끌어모아 체력을 키웠다. 유희열의 정직함을 익히기 어렵다면 새누리당의 생존법이라도 배울 일이 아닌가.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에는 없는 게 많지만 가장 없는 것은 ‘한치 앞도 못 본다’는 것이다. 모쪼록 한치 앞만이라도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