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토론토국제영화제(이하 TIFF)는 아시아영화에 특별히 신경 쓰는 모양새다. 비단 ‘서울’ 편을 주제로 시티 투 시티(도시 기행) 섹션 소개 뿐만 아니라 ‘아시아필름서밋’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산업 전반에서의 교류를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2008년부터 TIFF의 예술총감독을 맡으며 영화제 전반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카메론 베일리를 만나 TIFF의 비전에 대해 물었다.
-올해 TIFF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떤가. =긍정적이다. 관객 반응은 늘 좋았지만 올해는 특별하다. 토론토는 관객을 위한 영화제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고 화제작부터 다큐멘터리, 아트하우스, 어려운 실험영화까지도 감싼다. 올해는 <이미테이션 게임> 같은 화제작은 물론 디스커버리의 신진감독들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들려와 좋았다. 어떤 취향의 관객이 찾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꼭 찾을 수 있는 영화제로 단단하게 다져지는 느낌이다.
-TIFF의 특징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관객을 위한 영화제’다. 다른 영화제보다 관객을 위해 열려 있다고 자부한다. 검증된 영화들을 많이 가져오는 걸로 알려져 있지만 비평가들에게 첫 평가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올해는 143편의 영화가 월드 프리미어로 초청됐다. 이는 곧장 시장의 반응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일부러 정해진 마켓을 제공하지 않는다. 관객의 반응을 옆에서 직접 확인하며 수많은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걸 알기 때문이다. 가령 오늘 아침 크리스 록의 <탑 5>가 벌써 전세계에 12만달러 넘게 팔렸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시티 투 시티를 위해 올해 서울을 직접 방문했다고 들었다. =서울은 2000년부터 지속적으로 방문 중이다. 나는 서울을 사랑하고 서울에서 나오는 영화들을 사랑한다. 건축, 디자인, 인테리어, 심지어 간판이나 신문 등의 그래픽 디자인, 평범한 물건들에서도 살아 있는 디자인 감각을 발견할 수 있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시티 투 시티는 보통 사람들이 잘 모르는 도시를 대상으로 결정하지만 이번엔 특별히 잘 알려진 도시인 서울로 결정했다.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홍상수, 이창동 등 거장들은 유명하지만 새로운 세대는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전세계 관계자들에게 그들을 소개하고 싶었다.
-다음 세대 한국영화를 알릴 감독들을 어떻게 찾고 선정했나. =올해 아시아영화 담당 프로그래머 지오반나 펄비와 함께 서울을 방문했을 때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KOFIC)에서 스크리닝 룸을 준비해줬다. 4일 동안 나가지 않고 매일 영화를 보고 부산에 내려가서 또 봤다. 60편 정도를 본 것 같다. 알려지지 않은 영화들을 볼 수 있어 좋았고 올해의 경향을 어느정도 알 수 있었다. 처음 보는 영화들, 전혀 알 수 없던 영화들도 만났다. <마담 뺑덕>의 임필성 감독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초대할 수 있어서 무척 기쁘다.
-2012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BIFF) 심사위원도 맡았다. BIFF와 TIFF의 차이가 있다면. =비슷한 게 정말 많다. 둘 다 관객의 영화제이고 규모도 비슷하다. 프로그램도 상당히 유사하다. 둘 다 따로 전용 건물이 있다는 점도 닮았다. 서로 하고 싶은 게 비슷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차이가 있다면 부산은 아시아영화 발굴을 위해 애쓰고 있고, 우리는 북미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점 정도? 그외에는 아주 흡사한, 자매 영화제다.
-중국으로 대표되는 아시아 영화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TIFF의 역할은. =TIFF는 북미 마켓으로 들어올 수 있는 확실한 입구다. 페스티벌 기간에는 미국의 미디어들이 대부분 몰려온다. 그들이 작은 영화들까지 전부 커버할 수 있도록 신경 써주는 게 우리의 일이다. KOFIC이 지난 몇년 동안 토론토에 참석하긴 했지만 올해처럼 영역을 확보하고 적극적인 기회를 이용한 해가 없었다. 올해를 기점으로 존재감을 높여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좀더 많은 한국영화들이 미디어를 통해 소개되고 평론가들 사이에 회자되길 바란다. 한국의 톱스타들이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