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황금시대> <비긴 어게인> <위크엔드 인 파리> <노예 12년>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서칭 포 슈가맨> <브레이킹 던 part2> <브레이킹 던 part1> <이클립스> <뉴 문> <트와일라잇> 외 다수 제작 <호우시절> <봄, 눈> 투자 <해안선>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올드보이> 외 다수
인터뷰 날 한번 잘 잡았다. 9월17일 수입•배급사 판씨네마가 들여온 <비긴 어게인>이 개봉 한달여 만에 관객수 200만명을 돌파했다. 다양성영화가 상업영화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예매율 1위까지 했으니 겹경사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직원들이 “우리 모두 놀라고 있다”라며 활짝 웃어 보인다. “<위크엔드 인 파리>의 린제이 덩컨 같은 느낌?”이라는 사전 정보(?)를 입수하지 않았더라도 백명선 대표를 알아봤을 것 같다. 보랏빛 안경과 감각적인 액세서리, 하이힐 차림의 그녀가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다. 흡사 유럽의 아트하우스에서 만난 여배우 같달까.
축하 인사부터 건네니 “큰 규모 영화도 안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수도 있구나. (개봉 뒤 관객이 점점 줄어든다는) 관행을 깨고, 모든 게 정해진 대로 되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준 것 같다”고 말한다. <비긴 어게인>은 2012년에 백 대표가 시나리오만 읽고 선구매한 작품이다. “스크립트를 상당히 꼼꼼히 읽는다”는 그녀의 눈에 ‘Can a song save your life?’라는 제목의 이 작품이 들어왔다. “점점 사람들이 마음의 병으로 죽어가지 않나.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노래를 듣는 그 순간만큼은 그곳이 아름답게 보이고 삶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메시지가 좋았다.” 그녀의 선구안은 과거 <트와일라잇> 시리즈 수입 때도 통했다. “뱀파이어 소재를 좋아한다. 사람들도 흥미를 갖는 캐릭터인데 한동안 잠잠했다. 그럴 때 다시 해보면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스쿨 드라마도 워낙 좋아하고. 나 역시 학창 시절에 로맨스에 대한 판타지가 있었는데 요즘이라고 왜 없겠나.”
‘모든 걸 아우른다’는 영어의 접두사 ‘pan’을 회사명으로 삼을 만큼 백 대표는 영화와 관련된 일이라면 영역과 장르를 불문하고 뛰어들었다. 1997년 온라인 영화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업인 씨네서울을 시작으로 온라인 마케팅을 하다가 “직접 영화를 해보자”며 2003년 판씨네마를 열었다. 김기덕,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비롯해 다수의 한국영화에 투자했고 제작도 했다. 실패와 실망은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실패에도 그녀만의 원칙은 있었다. “망할 때 망하더라도 남이 하지 않는 영화, 누군가에게는 강한 경험을 안기는 영화를 하자.” <서칭 포 슈가맨>도 그랬다. 흥행 성적은 저조했지만 “영화 보러 KTX 타고 부산까지 갔다, ‘서칭 포 슈가맨’이라는 술집까지 차렸다”는 관객 반응을 보며 일상에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의 힘을 느꼈다. 그외 정해진 룰은 없다. 미국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고 뉴욕의 아트하우스를 누빌 때도,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에 미쳐 엔지니어로 살 때도, 영화 일을 택할 때도 “궁금하면 옆길로 가보며” 왔다. “‘이게 관행이다’, ‘의견 수렴을 했다’는 말보다 직원들 각자의 의견을 듣고 싶다. 그래야 나도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랩으로 직원들에게 신년사를 전했다는 ‘엉뚱 발랄한’ 그녀가 다음에는 어느 샛길로 빠질까. 그녀도 모를 일이다.
손목시계
수많은 바이어들이 몰려드는 해외 필름마켓에서 시간 관리는 필수. 발빠르게 움직여 좋은 작품을 하나라도 더 보기 위해서 시계를 보고 또 본다. 특히 극장에서 영화를 30분도 채 못 보고 나와야 할 때가 허다하다. 어두운 극장 안에서 옆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시간을 체크해야 할 때 은은하게 불이 들어오는 이 시계가 유용하다. 7년째 백 대표와 동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