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종국 <씨네21> 편집위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상영작으로 선정된 <다이빙벨>을 두고 말썽이 일고 있다. 군말의 진원지는 부산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이다. 서 시장은 부산영화제에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말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일련의 진상이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입장을 담은 영화라서 상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그 이유란다.
부산시의 입장은 단호하다고 한다. 권력기관의 개입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청와대의 메시지가 있었는지 서병수 시장의 독자적인 판단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영화제의 독립성을 위협받거나 고유성을 훼손당할 우려가 있을 때 막아줘야 할 조직위원장이 영화제를 뒤흔드는 선봉장 노릇을 하는 꼴이 목불인견이다. 부산영화제는 냉가슴 앓는 벙어리 처지다. 부산영화제로서는 예정대로 상영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 이미 공표한 상영작의 초청을 정치적인 이유로 취소하는 것은 부산영화제 19년의 정통성을 배반하는 독배다. 부산시에서 물리적으로 상영을 저지할 수는 없을 테니 그냥 틀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황이 간단하지는 않다. 만약 예정대로 상영한다면 ‘부산시가 취할 수 있는 가능한 조치는 다 하겠다’는 예사롭지 않은 메시지는 이미 여러 차례 접수했다.
올해 부산영화제 예산은 123억5천만원. 이중에서 부산시 예산이 60억5천만원이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받는 정부 예산이 14억6천만원(이 돈은 사실 극장에서 관객이 내는 돈으로 모은 영화발전기금이다)이다. 당장 부산시로부터 아직 교부받지 못한 시비 25억원으로 목이 조일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있고, 영화제가 끝나면 감사니 뭐니 해서 한바탕 푸닥거리를 피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부산영화제는 지금까지 상영 당시 논란이 된 영화를 적지 않게 틀었다. 영화제 초창기인 1997년 제2회 때 제주 4•3 항쟁을 정면으로 다룬 다큐멘터리로 감독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까지 청구했던 <레드 헌트>, 2003년 제8회 때 북한에서 직접 가져온 북한영화 7편도 상영한 적이 있다. 근래에도 작고한 김근태 장관의 고문 실화를 다룬 <남영동1985>와 제주도 강정마을 미군기지 건설을 고발한 <구럼비-바람이 분다>도 상영했다. 이런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는 어김없이 국정원 직원과 정보과 형사들이 들락거려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영화제에서 상영한 영화 몇편으로 세상이 뒤집어지지도 않았고, 정권은 치명상도 입지 않았으며 영화제가 좌파나 극렬한 반정부 세력의 해방구도 되지 않았다. 국정원 직원들과 정보과 형사들이 하품하면서 영화만 잘 봤다는 후일담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제가 논란이 되는 영화에서 눈길을 거두지 않고 상영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그런 주목과 관심이야말로 영화의 본령에 가깝고 영화제의 존립 근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