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장님이 주민들과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길래 애 저녁 먹이고 텔레비전 틀어주고 부리나케 가봤다. 노인들만 잔뜩 있었다. 몇몇 민원성 요구가 오간 뒤 시장님의 대표공약에 대한 우려를 밝히고자 최대한 온건하고 정중하게 마이크를 잡았다. 노인 몇분이 “말이 많다”고 소리쳤다. 하실 말씀들이 있나 해서 서둘러 마쳤다. 하지만 딱히 발언을 한 분은 케이블카 놓고 중국인 관광객 유치하자는 할머니 빼곤 없었다. 노인들의 지지와 성원(비공식 고함과 공식 침묵)에 힘입었는지 시장님은 심히 ‘노인토크’ 수준으로 일관했다. 경로잔치를 할 거면 낮시간에 복지관이나 경로당을 찾을 것이지.
‘세계 삶의 질 지수’ 조사에서 우리나라의 45살 이상 응답자 중 절반이 삶의 목적, 사회적 관계, 경제상황, 공동체, 건강 등 5개 항목의 어떤 것에도 만족한다는 답을 하지 않았단다. 너무 리얼해서 비현실적이다. ‘사는 게 아니라 버티는’ 이런 분위기에서 정치 개입은 했으나 선거 개입은 아니다, 증세 효과는 있으나 증세는 아니다, “대통령 모독” 따위 언설들이 짓까부는 거겠지. 그리고 그 많은 ‘인정결핍’ 노인들을 양산하는 거겠지. 그런데 어쩌나. 우리의 세대간극은 남북분단 수준인데.
지난호(971호)에 실린 김일권 시네마달 대표 인터뷰를 보면서 그는 참 한결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과 삶에 대한 태도와 일과 일의 결과가 일치돼 있다. 깔끔쟁이 같으니. 십수년 전 촬영장에서 그를 처음 봤을 때 ‘사람에게서도 향기가 나는구나’ 싶었다(물론 그날 난 내내 취해 있었다). 그는 말하자면 식물성이었는데, 아주 질긴 종인 것 같다. 존경하고 지지한다. 그런 그가 “나이는 더 들어가고, 미안하다는 말은 더 많이 해야 하는 상황에 조금 지친다”고 얼핏 말했단다. 순간 울컥했다. 이 감정이입은 뭐지. 다른 건 몰라도 김 대표는 아주 잘 늙어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