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것이 무엇인지 일깨워준 교황 덕분일까.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위원장을 위해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중요한 일을 너무 힘들게 하고 있어서다.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여야 합의안은 유가족에게 거부당했다. 수사권, 기소권 없는 진상조사위를 구성하고 특검의 추천권도 여당쪽에 무게가 실린다면 과연 진상규명이 되겠는가. 누군가가 박영선을 대신했으면 다르게 해냈을까. “피해자가 가해자를 수사할 수 없다”느니(그럼 가해자가 가해자를 수사하는 건 되니?) “국회 위에 유족”이라느니 “경제가 볼모로 잡혔다”느니 온갖 망발로 ‘진상’을 떠는 새누리당을 상대로 말이다. 그나마 여당의 ‘양보’를 강조한 이조차 “어떻게 유가족과 합의도 안 하고 여당과 합의를 하러 오냐”며 야당을 향해 혀를 찬다. 유가족의 뜻을 구하고 동의를 얻는 일이 왜 야당만의 몫인가. 이런 간이 배 밖에 나온 여당을 상대로 무엇을 더할 수 있을까.
박영선의 잘못도 있다. 그릇된 방안을 두 차례나 합의해 유가족과 국민에게 불필요한 좌절을 안겼다. 하지만 야당 대표가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 조급함을 갖게 된 건 당사자의 오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박영선이 진을 빼고 협상할 때 당내 율사 의원들은 아무도 제대로 연락이 되지 않았다. 야당에 특검추천권을 줄 수 있다는 뜻을 보였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청와대에 무슨 꼬투리라도 잡혔는지 묵묵부답이다. 무엇보다 지금 가장 큰 책임을 지고 결단을 내려야 할 대통령은 꿈쩍도 않는다. 당분간 선거가 없어서일까. 언제든 만나고 진상규명에 여한이 없게 하겠다더니, 40일 가까이 굶은 희생자의 아비가 면담신고서 내러가는 길조차 가로막아 흉한 꼴을 보게 했다. 대체 “바빠서” 유가족을 못 만난다니. 세월호 후의 세월이 더 참담하다. 방법이 없다. 다시 4월16일로 돌아가자. 용서하지 말아야 할 자들을 쉽게 용서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