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뜻 많이 팔아달라는 주문(注文) 속뜻 많이 팔겠다는 주문(呪文)
주석 사장이 직접 출연해서 자사 상품을 선전하는 광고들이 있다.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려는 목적이라고 하는데, 그보다는 광고비를 절약하려는 의도가 더 커 보이는 B급 광고들이다. 크게 히트한 광고 중에는 우리 “돌침대는 별이 다섯개” 하는 광고도 있다. 좀 험하게 생긴 어른이 나와서 따지듯 말하는데, 예전 버스에서 험한 행상인들이 “여러분 앞에 서있는 이 사람은 큰집에서 오래 살다 와서 별이 주렁주렁~” 뭐 이런 추억의 장면이 떠올라 웃음 짓기도 했더랬다.
또 하나 인상적인 광고가 산수유 광고다. 촌스러운 사장님이 사무실에 앉아서 카메라를 의식하는 게 확연한 각도로 얼굴을 꼬고는 부산 사투리로 말한다.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정력이란 단어를 쓰고 싶은데, 꼭 쓰고는 싶은데, 검열에 걸릴까봐 걱정된다는 게 그 광고에 숨은 메시지다.
‘정말, 엄청, 너무~ 하다’란 말은 ‘차마, 이루, 도저히~ 못하다’란 뜻으로 바꿔 말할 수 있다. 그러니까 ‘방법이 없다’는 말은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를 강조한 말이다. 저 광고, 실은 앞부분에서 할 말을 다 했던 거다. 산수유 한번 먹어 봐, 먹어만 봐, 애들은 가, 요강을 부숴, 비얌도 창피해서 숨어. 그이에게 시간을 더 주었다면 이렇게 말들이 길게 이어졌을 것이다. 돌침대 광고가 버스 행상에 최적화되었다면, 산수유 광고는 동네 마당을 휩쓸고 간 약장수용이라고 하면 될까?
그보다 내 주의를 끌었던 것은 발음이었다. 방법이 아니라 ‘방뻡’이라고? 그렇다면 저건 방도(方道)를 뜻하는 방법이 아니라, 방술(方術, 방사의 술법)을 뜻하는 방법이 아닌가? “깔고 안진 방석 갓다 노라 안 갓다 노면 방법 한다 방법 하면 손발리 오그라진다 갓다 노면 안 한다.” 예전에 디시 갤러리에 올라와 유명해진 글귀다. 손발을 오그라뜨리는 방법은 이렇다. 누가 도둑을 맞거나 하면 짚이나 대를 엮어 도둑의 형상을 만들어 태운다. 인형이 타면서 손발이 오그라들면 그자의 손발도 오그라든다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사장님의 말씀이 좀 으스스해졌다. 이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든 팔아볼 방법이 없네. 사지 않으면 손발이 오그라들게 하고 싶은데. 그렇게 할 방법이 없네.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나름대로 궁리한 납량특집이었는데, 더 서늘하게 할 방법이 없구나.
용례 축복주문도 있지만 위협주문도 있고 저주주문도 있다. 위협주문의 대표작으로는 <구지가>가 있다. 거북아, 머리를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겠다. 내가 거북이라면 무서워서 고개를 못 내밀었을 것 같은, 그런 주문이다. 돌침대 광고의 시초다. 저주주문은 드라마 <장희빈>에 나오는 단골메뉴다. 하지만 그 인물을 누가 연기했든 그이가 윤여정(1971)이든 이미숙(1981)이든 전인화(1988)든 정선경(1995)이든 아니면 김혜수(2002)든 실제로 인형을 태우진 않았을 것 같다. 물론 산수유는 부지런히 먹었겠지만. 아, 숙종은 참 좋았겠다. 정말 좋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