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시민학교 유정아 교장은 요즘 영화제 준비 때문에 눈코 뜰 새가 없다. 노무현 시민학교가 ‘다섯개의 민주주의: 인권, 노동, 정의, 진보, 화해’를 주제로 한 영화제 ‘사람사는 세상 영화축제’를 8월25일부터 29일까지 서울극장에서 연다. 노무현, 바웬사, 링컨, 올로프 팔메, 넬슨 만델라 등 깨어 있는 시민정신을 소중하게 여겼던 다섯 정치인을 소재로 한 영화 <변호인> <바웬사, 희망의 인간> <킬링 링컨> <올로프 팔메>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이 각각 상영된다(상영 일정은 노무현재단 홈페이지(www.knowhow.or.kr) 참조).
-영화제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준비는 잘되고 있나. =원래 노무현 전 대통령 5주기 추도식에 맞춰 5월에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 사고 때문에 8월로 연기됐다. 지금은 최종적으로 행사를 점검하고 있다. 빈틈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우리끼리 긴장을 많이 하고 있다.
-노무현 시민학교가 영화제를 기획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계기가 무엇인가. =영화 <변호인>(2013)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영화 덕분에 대중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마음껏 추억할 수 있었다. 존경받을 만한 리더를 소재로 한 영화를 소개해보자 싶었다. <명량> 흥행을 보면 많은 사람이 리더가 부재한 지금의 상황을 안타까워하고, 제대로 된 리더를 갈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노 전 대통령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와 시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가치가 잘 맞물리게 되길 바란다.
-권영길 전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문재인/심상정 의원, 유시민 작가 등 많은 이들이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다. 영화제를 연다고 하니 이들의 반응은 어땠나. =모두 공감해주었다. 영화의 내용과 메시지에 맞게 게스트를 배치했다. 권영길 전 의원은 노동운동을 했던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을 소재로 한 <바웬사, 희망의 인간>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함께 <올로프 팔메> 상영이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다. 생전에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링컨 대통령 이야기를 자주 나눴던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는 <킬링 링컨> 얘기를 나눈다.
-영화제를 운영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준비하는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 =영화, 정치 등 여러 분야에 계신 분들의 도움 덕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힘들다고 우는소리를 할 줄 알았는데. =우는소리 안 한다. 혼자 울고 말지. 우는소리 하는 사람, 딱 질색이다. (웃음)
-노무현 시민학교의 교장을 맡은 지 5개월 가까이 지났다. 교장직을 맡아보니 어떤가. =교장이라는 직함을 가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시민캠프에서 대변인을 맡았는데 대선 결과에 충격이 컸다. 그 이후 잘 놀고 지냈지만, 치유되지 않은 무언가를 안고 있었다. 교장직 제안을 받았을 때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면 치유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근자가 아니기에 부족한 점은 있겠지만 오랜만에 사람들과 함께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협업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지난 6월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 공연을 끝냈다. 첫 연극 작업이었는데 할 만하던가. =지금까지 해본 일 중 가장 즐거웠다. 연출가, 동료 배우와 함께 대본을 읽는 작업이 특히 좋았다.
-아나운서, 강의, 연극 등 다양한 경험을 한 만큼 아이디어가 많을 것 같다. 시민학교 교장으로서 시도하려는 방향은 무엇인가. =깨어 있는 시민만이 나라를 바꿀 수 있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문화 프로그램, 영화제 등을 진행해 시민들이 스스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깨닫게 하는 게 노무현 시민학교의 작은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