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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연쇄살인 <인보카머스>
주성철 2014-08-20

뉴욕 경찰 랄프 서치(에릭 바나)는 동료 버틀러(조엘 맥헤일)와 함께 쓰레기통에서 갓난아기의 시체를 발견한다. 이후 기이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한다. 이라크전 참전용사인 가정폭력범은 손에 피가 맺힐 정도로 벽을 긁고, 정신병에 걸린 한 엄마는 자신의 아이를 동물원의 사자 우리에 내던지며, 급한 신고를 받고 달려간 집의 지하실에서는 또 다른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수사를 진행하던 랄프 서치는 이 섬뜩한 사건들이 서로 연관돼 있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사건 현장의 벽에서 이상한 문자 ‘INVOCAMUS’를 발견한다. 한편, 엑소시즘을 행하는 신부 멘도자(에드거 라미레즈)가 그 문자의 비밀에 관심을 가지며 사건에 뛰어든다.

실제 뉴욕 경찰이었던 랄프 서치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인보카머스>는 데이비드 핀처의 <쎄븐>(1995)과 윌리엄 프리드킨의 <엑소시스트>(1973)를 결합하려는 야심적인 시도다. 축축하고 어두운 브롱크스 지역의 분위기와 맞물리는 정체불명의 연쇄살인은 <쎄븐>, 그것이 이라크전에서 있었던 한 초자연적 사건의 악령으로부터 기인했다는 설정과 엑소시즘이라는 요소는 <엑소시스트>를 연상시킨다. 거기에 더해 과거 자신이 겪었던 비밀스런 기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랄프 서치의 개인적 고뇌는 강력한 흡입력을 자아낸다. 그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초반부의 긴장감은 꽤 압도적이다.

시체와 악령 등이 등장해 깜짝 쇼크를 주는 장면도 딱 필요한 만큼 과하지 않게 처리됐다. 특히 1980년 이후 처음으로 동물원 내부 촬영을 허가했다는 브롱크스 동물원의 음산한 분위기는 백미다. 악령과 마주하는 산전수전 다 겪은 경찰의 고뇌, 어딘가 의심스러워 보이는 신부의 존재감 또한 영화의 초자연적이고 기괴한 분위기를 강화한다. 앞서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2005)를 만들며 주목받은 스콧 데릭슨 감독은 세련되고 준수하게 공포감을 자아낸다. 아쉬운 것은 후반부 들어 랄프 서치와 멘도자의 협력과 엑소시즘이 강화되면서 다소 전개가 늘어지는 점이다. 실제로 그것은 원작과의 중요한 승부처였다. 랄프 서치는 눈에 보이는 증거로만 상황을 판단해야 하는 직업적 숙명과 실제 경험 사이에서 끝없는 내적 충돌을 일으켰고 결국 경찰직에서 은퇴했다. 그러한 고민을 영화적으로 해결하려는 할리우드식 깔끔한 마무리가, 오히려 초반부의 압도적인 긴장감을 상쇄시키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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