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집에 살지는 못해도(교리적으로나 인격적으로나) 이웃에 살면서 반찬이라도 해다 바치고픈 프란치스코 교황이 왔다. 본인은 파파(교황) 대신 ‘로마의 주교’로 불리길 원하지만 내가 알고 기억하는 교황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분이므로 꽃파파라 부르고프다. 대단히 무엄한 표현이겠으나, 그만큼 ‘섹시한’ 할배를 보지 못했다. 존재 자체로 우리의 몸과 마음과 영혼에 온기를 돌게 해준다.
“어떻게 증시가 2포인트 떨어지면 뉴스가 되고, 집없는 노인이 거리에서 죽어가는 건 뉴스가 되지 않는가.” “과거엔 유리잔이 차면 흘러넘쳐 가난한 사람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믿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유리잔이 차면 마술처럼 잔이 더 커져버린다.” 이런 ‘어록’을 내고 실천하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일부 언론이 쏟아낸 ‘교황 마케팅 효과’, ‘돈이 도네요. 고마워요’ 따위 그야말로 ‘반교황적’인 언설을 보노라니 씁쓸함이 밀려온다.
가장 큰 한방은 정부에서 나왔다.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 중심의 투자활성화 대책’은 말이 좋아 ‘육성’이고 ‘활성화’지(핵폐기물을 사용후연료로,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을 원자력환경공단으로 바꾸는 ‘작명능력’ 여기서도!) 규제완화라는 이름의 특혜강화이다. 영리학교•영리병원의 신호탄이자 4대강을 파던 굴착기로 산도 파겠다는 것이다. 외국 학교 들이고 분교 허용하면, 부유층 자녀들과 해외에서 돈 받아챙길 투자자들 외에 누구에게 도움이 되나. 교육비만 기형적으로 오른다. 유망 중소기업의 상장을 쉽게 하겠다며 증시 가격제한폭을 두배로 올리면 투기 위험은 어쩔 건데. 그나마 남은 공공성의 둑마저 허물고 가진 자에게 (돈 놓고 돈 따서) 더 갖게 하겠다는 이들의 ‘집념’ 혹은 ‘꼼수’가 무섭다.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결과’”라는 파파의 말씀을 새겨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