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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어지러운 세상을 똑바로 보려면
이다혜 2014-08-14

<뉴스의 시대> 알랭 드 보통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알랭 드 보통의 최근 저작의 연장선에서 <뉴스의 시대>를 읽으면, 그가 세상에 대한 거대한 그림을 완성하고자 그에 필요한 세부를 다루는 연구를 하는 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책에는 <일의 기쁨과 슬픔> <불안>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 <행복의 건축>을 연상시키는 대목들이 있다. 뉴스에 대해 말하기 위해 그는 과거 자신이 책 한권을 들여 설명한 삶의 단면을 다시 쪼개 흩어놓았다. 하여튼 이번에는 뉴스다. 뉴스에 대해서라면 책을 읽지 않아도 우리 모두 다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이 인용한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의 <아스포델, 저 초록꽃>이라는 시는, 시를 일상적으로 접하지 못하는 우리가 처한 곤경을 알려준다. “시에서 뉴스를 얻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람들은 날마다 비참하게 죽는다/ 시가 발견한 것을/ 깨닫지 못하여.” <뉴스의 시대>는 정치, 해외, 경제, 셀러브리티, 재난, 소비자 정보로 분야를 나누어 각 뉴스들이 언론사에 어떻게 다루어지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설명하는데, 정치와 셀러브리티 부분이 특히 눈에 띈다. 정치 뉴스가 진정 알려야 하는 사실은, “다종다양한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메시아적 리더, 국제회의 혹은 신속한 전쟁에 기대는 게 아니라, 100년 혹은 그 이상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변화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이 세상은 항상 손 뻗으면 거의 닿을 곳에 있는 듯해도 정치적 변화 과정의 단계마다 신기하게도 손아귀에서 미끄러진다”라며 냉소하는 식이다. 셀러브리티에 대한 언급은 보다 흥미롭다. 셀러브리티에 대한 뉴스는 소비자에게 질투심을 야기하는데, 이런 경향이 더욱 가속화되는 이유는 “극소수에게만 존엄과 호의가 주어진다면, 평범한 존재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이 더욱 거세”져서다. 알랭 드 보통은 여기에 셀러브리티의 심리 분석까지 곁들이고 있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해외 뉴스’ 중 ‘사진’을 마치 명화읽기하듯 다루는 대목이다. 언론사들이 이미지를 제작하고 보여주는 데 있어 분명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다가, 알랭 드 보통은 위대한 뉴스 사진의 예시를 몇개 든다. 시리아군에 살해당한 아들을 끌어안고 통곡하는 아버지의 사진을 보기 전에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진심인 줄 몰랐다고 한다든가, 백악관 전속 사진작가가 찍은 오바마 미 대통령의 사진을 보고는 그가 연기가 필요 없는 순간에 한 아이를 기쁘게 하기 위해 연기하는 모습이 마음을 울린다고 할 때는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재난 뉴스 장에 이르면 우리가 최근 숨 돌릴 틈 없이 노출된 많은 사고에 대한 집단우울증에 가깝던 정서가 “교통사고, 암, 폭발, 화재는 우리의 실패를 상대화한다. 재난은 그 안에 광범하고 유익한 메시지를 품고 있다. 즉, 인간은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라는 말로 설명되는 것에 뭐라 말할 수 없는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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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세상을 똑바로 보려면 <뉴스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