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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작가는 죽었는가?
송경원 2014-08-14

<스페인 영화: 작가주의 전통과 국가 정체성의 재현> 임호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오늘날 세계 영화에서 ‘작가주의’(auteurism)처럼 혼란스럽고 문제적인 용어도 없는 듯하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스페인 영화: 작가주의 전통과 국가 정체성의 재현>은 스페인 영화사에서 손꼽을 만한 12명의 작가를 선정, 작가주의 영화들이 스페인의 예술문화 전통과 만나는 지점을 고찰하는 책이다. ‘작가주의 전통과 국가 정체성의 재현’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책의 근간을 이루는 두개의 기둥은 작가주의와 내셔널시네마다. 그런데 저자는 대뜸 작가주의에 대한 효용론부터 지적하고 들어간다. 오늘날 작가는 상업성과 반대되는 경향으로 인식되던 고전적인 개념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넓은 의미에서는 영화마다 자신의 인장을 선명히 드러내며 소신껏 영화를 만드는 이들은 작가라 부를 수 있겠지만 최근엔 그 미학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일종의 마케팅 용어로 남발되는 경향이 있다. 적용의 범주가 모호한 탓에 작가주의에 대한 무용론마저 제기되는 이 시점에 스페인의 작가주의 영화를 들고 나온 건 의외로 신의 한수처럼 보인다. 적어도 프랑코의 독재에 저항할 만큼 ‘지성적인’ 작가가 필요했던 스페인 영화사 안에서 작가주의는 훨씬 선명하고 엄격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비교적 널리 알려진 스페인 내셔널시네마의 대부 루이스 브뉘엘을 시작으로 블랙유머의 바르뎀, 프랑코 시대의 용기와 상식의 상징 사우라, 포스트모던 작가로서의 알모도바르, 변두리의 삶에 주목한 아라노아, 국가성을 넘어선 새로운 형태의 작가 아메나바르까지, 선정된 12명의 작가들을 따라가다 보면 이들을 향한 작가주의‘적’ 인식이 국가 이슈나 문화 기표와 만나는 교차점에서 어떤 의미로 퍼져나가는지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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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죽었는가? <스페인 영화: 작가주의 전통과 국가 정체성의 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