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세코는 필리핀 마닐라에 자리한 거대 판자촌이다. 세계 3대 빈민촌 중 하나이며 행정구역상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었다가 큰 화재가 발생한 뒤에 비로소 행정구역으로 등재된 바 있다. 이곳 아이들은 쓰레기 더미 위에서 놀거나 콘크리트 더미에서 돈이 될 만한 고철을 찾으며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은 늘 밝고 천진난만하다. 어느 날부터 바세코에 한국인이 나타난다. 신승철 선교사는 아이들을 위해 바세코에 무료 급식소를 만든다. 그외에도 여러 선교사와 신도들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며 선교 활동을 벌인다.
논픽션 장르에서 빈민의 삶을 다룰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빈민들을 불쌍한 이들로 대상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바세코의 아이들>은 이런 주의사항에 둔감한 편이다. 바세코 주민들은 불쌍하고 무지한 사람들로, 이들을 돕는 자들은 은혜로운 자들로 묘사된다. 다큐멘터리 전반에 흐르는 내레이션은 바세코 사람들의 삶이 ‘선교사와 봉사자의 도움으로’ 하느님을 알게 된 뒤 조금 더 나아졌고 앞으로도 나아지리라는 것을 강조한다. 인터뷰는 삶의 이야기보다 믿음의 증언을 담는 데 더 열중한다. 무료 급식을 하기 전에 아이들로 하여금 한국 사람과 선교사들의 도움을 증언하는 내용의 기도문을 읊게하는 것, 정작 담담한 지역민들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선교사의 모습과 이를 강조하는 편집 등 몇몇 장면은 문제적이다. 여타 종교인의 선행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보편적인 공감대를 만드는 데 공을 들이는 것과 달리 기독교 내부의 용어를 사용하고 찬송가를 삽입하는 등 종교적 폐쇄성을 강화하는 편집방향에도 동의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