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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젊은 늙은이들 vs 늙은 젊은이들

새로운 시각으로 세대 차이 다룬 <우리가 새로 이사왔어요>

<우리가 새로 이사왔어요>

이웃에 젊은 대학생들이 살고 있다면? 우선 가끔씩 있을 파티와 음악, 또 시끌벅적한 소음이 걱정일 거다. 그런데 그 ‘소음’을 내는 사람들이 60대 어른들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랄프 베스트호프 감독의 <우리가 새로 이사왔어요>(Wir sind die Neue)는 청년층과 장년층 갈등 구도의 클리셰를 뒤집었다. 올여름 독일 극장가에서 눈길을 끌고 있는 이 유쾌한 코미디영화는 경쟁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주위를 돌볼 여념이 없는 20대 속물들과 자유분방하고 쿨한 68세대 장년층의 극적인 대조를 통해 웃음을 자아낸다.

극중 화자인 안네는 폭등한 임대료 때문에 더이상 혼자 아파트에 세들어 살 능력이 못 된다. 궁지에 몰린 그녀는 35년 전 대학 시절에 함께 살았던 독신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임대료도 줄일 겸 대학 시절처럼 함께 살자고 설득한다. 60살에 접어든 초로의 이들은 가난하지만 자유로운 영혼들이다. 안네는 옛 친구 요하네스, 에디와 함께 운 좋게 얻은 새집에 신나게 짐을 나르지만, 위층 젊은이들은 요란스레 이사온 어른들을 탐탁지 않은 눈길로 지켜본다. 안네 일행은 짐을 옮기며 젊은 시절로 돌아간 듯 록음악을 틀어놓고 웃음꽃을 피운다. 이사가 끝나고 위층 젊은 이웃에게 인사를 하러 올라가니, 젊은이들은 “착각은 금물이에요. 우리는 지금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으니 방해하지 마세요”라며 선을 딱 그어버린다.

영화는 예의 없고 각박한 대학생 세명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간직한 68세대 독신 노인 세명이 자아내는 생활 갈등 에피소드로 채워져 있다. 서로의 처지를 이해 못하는 이들의 갈등으로 극은 절정에 달한다. 그러나 시험에 대한 압박이나 실연 등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에게 히피 어른들이 너그러운 마음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서부터 영화는 화해 모드로 바뀐다. 무엇보다 <우리가 새로 이사왔어요>는 각 시대가 낳은 대표적인 인간 유형을 보는 재미가 있다. 어느 사회나 풀어야 할 세대간의 몰이해를 사실적이고 흥미로운 에피소드에 담아낸 작가의 연출력이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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