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의료민영화’라는 이름의 바람이 분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문제였다. 흔히 ‘비영리 의료법인’으로 이해하는 각급 병원에 “그래, 어디 니들 마음대로 돈을 벌어봐”라고 규제의 허리띠를 마음껏 풀어주는 것, 그게 바로 이번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의료민영화라는 거창한 논란의 시작이 고작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이라니, 뭔가 꼼수의 냄새가 풍기지 않나. 이 부분이 키포인트다. 사실 의료법인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의 범위를 넓히려면,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의료법인이야말로 비영리라는 수식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법인체 아닌가. 이런 의료법인에 돈 되는 사업을 마음껏 허락해준다는 건, 박근혜 대통령이 늘 말씀하신 ‘비정상의 정상화’에 정확히 반대되는 ‘정상의 비정상화’에 가깝다. 정상적으로 의료법을 고쳐 이 일을 처리하려면 일이 복잡해진다. 야당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국회 눈치 안 보고 복지부 장관 마음대로 고칠 수 있는, 의료법 아래의 시행규칙 개정이었다.
이런 복잡한 꼼수와 묘수를 거쳐 나온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이었는데, 많은 국민이 이를 ‘의료민영화’로 규정한 채 반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복지부는 억울하단다. ‘이건 영리목적의 병원 부대사업 범위 확대일 뿐 의료민영화가 아닌데…’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억울한 복지부를 위해 설명해준다. 환자에게 벌어들인 수익을 병원이 아닌 다른 곳에 쓰지 않는다는 걸 기본으로 해온 ‘비영리 의료법인’에 돈 되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 거기서 나온 수익을 외부 투자자에게 배당 형식으로 빼갈 수 있게 해주는 것, 따라서 환자는 그만큼 더 많은 의료비를 부담할 수도 있는 것, 그걸 우리는 의료영리화 또는 의료민영화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