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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음악 안으로 들어가 쓰기
이다혜 2014-07-24

<그러나 아름다운> 제프 다이어 지음 / 사흘 펴냄

제프 다이어의 이름은 아는 사람 사이에서는 굉장히 유명하다(그야말로 슬프고도 기쁜 찬사 아닌가). 미국에서 문학을 공부하던(내 눈에는 반백수 생활을 하며 읽고 쓰고 클럽을 전전하던) 지인이 한국에 번역되지 않았으나 정말 괜찮은 책을 몇권 추천했을 때, 그 목록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두번 올린 작가가 제프 다이어였다. 누군지도 모르는 작가의 책을 그래서 굳이 해외주문해 읽은 뒤 반해서 여행 중 헌책방에서 <요가를 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요가>를 사서 또 읽었고, 그러는 새 <지속의 순간들>과 <그러나 아름다운>의 한글번역판이 출간되었다. 내 딴에는 ‘발견’이라고 생각한 작가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그는 꽤 유명하다.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허무는 재즈 에세이집 <그러나 아름다운>이 서머싯 몸상을 받았고, 실제로 그의 커리어는 소설과 비소설에 폭넓게 걸쳐 있다. <그러나 아름다운>은 키스 재럿이 친구들에게 유일하게 추천하는 재즈책이라고 했고, 알랭 드 보통과 무라카미 하루키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 책을 영어로 읽은 이야기를 굳이 꺼낸 이유는, 책이 출간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인터넷 서점에서 오역에 대한 독자의 지적이 길게 올라왔기 때문이다(인터넷서점 알라딘, 작성자 ‘나귀님’, 제목 “소설을 써놓고서 번역을 했다고 우기면 곤란하다”). 그 글은 책이 시작하자마자 한 페이지에도 몇번씩 오역이 있음을 지적했는데, 뉘앙스가 ‘다름’의 문제가 아닌 뜻이 ‘틀림’의 상황에 이르렀음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래서 이번에 재출간된 <그러나 아름다운>은 ‘전면 개정판’이다. 최소한 지적된 부분들에 대한 수정은 이루어졌다.

<그러나 아름다운>은 재즈 거장들의 삶을, 죽음을 키워드로 재해석했다. 재즈를 모르는 사람들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까? 그렇다면 어디까지나 제프 다이어의 문장 덕분일 것이다. 하지만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책장에서 담배 연기와 더불어 피어나는 음악 소리에 젖고 독주의 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재즈를 모르는 연인에게 선물하기 좋은 것으로 추천되곤 하는 음반의 주인공 쳇 베이커에 대한 대목은, 그에 관한 두터운 전기와 그가 연주한 음악을 섭렵한 사람도 감탄할 만한 문장으로 서술되었다. “처음에는 사랑을 나눈 뒤 잠의 끝자락을 부유하며 그의 연주를 들을 때, 그녀는 그 연주가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그가 그 자신을 제외하고는 결코 누구를 위해서도 연주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다리를 벌린 채 누워 차갑게 흘러내리는 정액을 느끼며 그의 음악을 듣다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갑작스럽게, 그의 연주에 담긴 부드러움의 근원을 이해했다. 그는 인생에서 진짜 부드러움을 알지 못했으므로 그런 연주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가 연주한 모든 것들은 단지 추측이었다.… 그의 연주는 자신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연주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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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안으로 들어가 쓰기 <그러나 아름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