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2년의 조선, 기근과 착취 탓에 백성들의 삶은 곤궁하다. 이에 전국 각지에서 봉기가 일어나고, 의적단 ‘지리산 추설’의 활약이 시작된다. 무리의 정신적 지주 땡추(이경영)와 힘센 천보(마동석), 전략가 태기(조진웅) 등 사회에 분개한 인물들은 농민들의 한을 풀려고 힘을 합한다. 한편 백정으로 어렵게 살던 돌무치(하정우)의 가족도 양반의 꾐에 넘어가 몰살당한다. 혼자 남은 그를 안타까이 여긴 땡추는 돌무치를 추설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데, 그는 이름을 도치로 개명한 뒤 원수인 조윤(강동원)에게 복수하려고 다짐한다.
윤종빈 감독의 네 번째 장편 <군도: 민란의 시대>는 다중적 플롯을 취했기 때문에 주인공 역할도 분산되고 스타일도 복합적이다. 서사를 통한 전복적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는 어렵지만, 이를 보완한 형식의 면면이 참신하다. 하정우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복수극 플롯은 ‘웨스턴 활극’을 지향한다. 그리고 강동원이 연기하는 서자의 스토리는 비주얼 중심의 ‘바로크적 무협’ 양식을 띤다. 조연들의 이야기 역시 하이스트 무비와 가벼운 멜로, 진지한 코미디 등 다양하게 가미된다. 많은 이야기를 묶으려고 내레이션을 사용하고 챕터를 나누는데, 이 전체의 조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그렇지만 ‘액션 활극’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액션만큼은 좋다. 최근 몇년간, 동선만으로는 가장 우아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온전한 웨스턴영화도, 노골적 코미디도, 시대에 대한 함축적 우화라고 읽기에도 조금씩 부족하지만 거꾸로 이러한 콜라주의 묘미가 이 영화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