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문을 연 레진코믹스는 네이버, 다음의 양대 포털이 어쩔 수 없이 방치했던 틈새를 성공적으로 공략, 웹툰의 유료화를 정착시켰다. 하지만 숫자가 말해주는 그간의 성과보다 더 놀라운 건 앞으로 계속될 성장세다. 레진코믹스의 성공은 돈 내고 볼만한 웹툰, 어른들을 위한 질 높은 웹툰을 공급한다는 단순하고 당연한 철학에서 출발한다. 레진코믹스의 김창민 CP(Chief Producer)에게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물었다.
-6월17일이 딱 1주년이었다. 기념파티와 함께 그간의 성과를 데이터로 발표했는데 놀랍더라. =그땐 회원 수를 110만명이라고 발표했는데 그사이 또 130만명으로 늘었다. (웃음) 100만명 정도까지는 특별한 마케팅 없이 콘텐츠와 입소문으로 달려온 것 같다. 얼마 전부터 투자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고 그만큼 가속도가 붙는 중이다. 일곱명으로 시작한 회사 식구가 열일곱명으로 늘어나는 동안 매달 10% 이상 지속적으로 매출상승을 기록했다.
-현재 가장 성공적인 스타트업 사례로 인정받고 있는데 처음부터 순조로웠나. =처음엔 유료화에 대한 불신도 컸다. 나는 조금 뒤에 합류한 여덟 번째 멤버지만 걱정보다는 해보고 싶은 장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작품들을 모아보자는 마음이 더 컸다고 전해 들었다. 장르와 수위에 제한이 있는 기존포털을 벗어나 작가로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처음에는 대부분 우리가 먼저 제안을 했지만 지금은 반대로 먼저 문의해주는 분들이 더 많다. 올해 4월 즈음부터 그 비율이 역전된 것 같다.
-성공 요인에 대한 여러 분석들을 이미 봤을 텐데 그중 공감 가는 의견들이 있나.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건 결국 좋은 콘텐츠다. 기획과 구성에서도 첫 번째 핵심은 재미다. 만화적, 내러티브적 완성도를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가 연재작품 선정 시 가장 중요하다. 만화는 돈이 안 된다고 여기던 시장에서 유료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왔으니 그만한 가치를 충족시켜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가격을 지불하고 작품을 본 독자들이 후회할 일은 없도록 해야할 의무가 있다.
-주간 연재에 얽매이지 않는 것만 봐도 레진코믹스가 제공하는 환경이 확실히 작가 친화적이란 걸 알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독자를 만족시킬 작품은 결국 작가들에게서 나온다. 연재주기는 일주일, 열흘, 보름 단위 세 가지 형태가 있는데 작품에 따라 시간이 더 필요한 작품을 배려한다. 가령 wolllow 작가의 <신기록>은 동양화풍의 그림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보름 단위로 연재한다. 유료 콘텐츠인 만큼 접속 횟수보다는 작품 자체의 질과 재미가 우선시된다. <리니지>의 신일숙 작가나 <8용신전설>의 박성우 작가처럼 출판계에서 활약하던 분들이 우리와 기꺼이 함께해주는 건 그런 기본을 지켜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레진코믹스의 또 다른 강점으로 쉽고 편한 접근성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의 정식 회사명은 레진 엔터테인먼트다. 만화 서비스를 기반으로 콘텐츠와 IT가 결합된 회사라고 보면 된다. 기획은 마블, 서비스는 넷플릭스, 판매유통은 스팀 같은 회사들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특히 결제 과정의 편이성을 높이려고 애썼는데 콘텐츠뿐만 아니라 그런 기술적인 차원에서 접근한 게 주효했던 것 같다.
-올 상반기는 성공적이었다. 하반기 계획은. =단지 만화 서비스에 그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다른 매체로도 확장할 수 있는 웹툰을 기획 중이다. 예를 들면 영화 시나리오를 먼저 완성하고 그에 맞춘 웹툰으로 그리는 식이다. 7월부터는 가시적인 결과물이 하나씩 나올 예정이다. 물론 항상 중심에는 만화가 있다. 만화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한번 확인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