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국내 최초로 지금과 같은 형태의 웹툰 시장을 개척한 다음 만화속세상은 밀도 있는 서사와 탄탄한 캐릭터를 강점으로 성장해왔다. 국내 첫 웹툰 유료화 서비스 런칭, 웹툰 PPL, 페이크 다큐멘터리 방식의 웹툰 연재(<광해이야기>) 등의 다양한 시도도 멈추지 않았다. 9년째 다음 웹툰을 책임지고 있는 박정서 편집장은 “남들이 하지 않는 이상한 짓거리를 끊임없이 해온 게 나름의 성장 동력”이라며 ‘영업 비결’을 밝혔다. 또 한 가지 영업 비결은 작가의 권익 보호다.
-다양한 형식의 웹툰 플랫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장을 이끌어온 입장에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네이버나 다음은 십년이 넘는 기간 동안 투자를 해서 이제야 조금씩 결과물을 보고 있다. 우리가 실험해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진 플랫폼들은 더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지 않겠나. 당장의 성장에만 급급한 게 아니라 시장 자체에 대한 고민을 함께할 수 있는 내실있는 업체들이 등장하기를 바란다.
-올가을에도 제2회 온라인 만화공모대전이 시작된다. =지난해에 처음 시도해보니 작품이 매끄럽게 잘 나오더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돼서 올해는 CJ E&M에서 아예 당선작 판권을 한두개 정도 무조건 사기로 했다. 판권을 사기로 한 거니까 CJ E&M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테고 우리로서도 2차 콘텐츠 확장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테니 결과물이 더 잘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작가 육성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렇다. 예전엔 혼자 원고를 완성해서 제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그런 방식은 작가를 지치게 한다. 공모전 원고에 너무 많은 걸 쏟아붓다보니 연재 때 그 퀄리티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도 생긴다. 얼핏 생각하기엔 투자만 하는 걸로 보일 수도 있지만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상금을, 와콤에서 태블릿을 제공하고, CJ E&M에서 판권을 구매하고, 우리는 플랫폼을 제공하기 때문에 이 과정을 잘 조직화하는 것이 우리로선 훨씬 효율도 높고 경제적이다.
-유료 웹툰 수익의 90%가 작가에게 돌아가는 등 수익/배분에서도 철저히 작가 입장을 우선한다. =우리는 가장 상식적이고 깨끗한 플랫폼이라고 자부한다. 어떠한 불공정 계약 조건도 없고, 계약상 온라인 게재권을 제외한 작품의 모든 권리도 작가의 것이다. 창작물에서 얻은 수익이 작가에게 돌아가는 구조는 반드시 필요하다. 작가에게 조금이라도 수익이 더 돌아간다면 우리가 원하는 형태의 긍정적인 시장이 더 빨리 형성될 수도 있지 않겠나. 굳이 우리가 작가에게서 더 많은 걸 취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다음이라는 큰 기업은 10을 가져가든 20을 가져가든 사실상 경영에 심각하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돈은 다른 사업을 통해 벌면 되니까. (웃음)
-2011년 7월에 웹툰 유료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한참 시끄러웠다. 창작자 입장에선 유료화가 당연한 과정인데 독자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같다. =기본적으로 책정된 고료는 제작비일 뿐 생활비가 아니다. 작가의 생활이 유지가 안 되면 시장은 무너지고 만다. 웹툰 유료화는 가장 효율적인 답이었다. 강풀 작가님께 조언을 구했더니 먼저 총대를 메겠다고 나서주시기도 했다. 독자 반응이 좋지 않아 걱정했는데 첫달 매출을 딱 열어보고 성공했음을 알았다.
-HUN 작가의 <해치지 않아>는 10화부터 49화까지가 유료 전환 상태다. 자연스럽게 독자의 유료 결제를 유도한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마지막 10화만 유료화를 결정하셨다. ‘밀당’ 감각이 대단하신 분이다. (웃음) 2차 판권의 결과물이 나오면 원천 콘텐츠의 판매량은 자연히 올라간다. 유료화의 방식도 다양하게 고민 중이다. 장기 연재를 하면서 앞의 회차를 천천히 유료화하는 작가도 있고, 일부만 유료화하는 경우도 있다. 포털의 기본 운영방식은 집객을 통한 광고, 플랫폼 비즈니스다. 콘텐츠를 직접 판매하는 비즈니스 방식은 더 많은 시도를 통해 검증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 시장에선 어느 정도 터를 닦았다. 앞으로의 청사진은. =플랫폼 규모를 키우는 건 쭉 진행할 생각이다. 앞으로는 단순히 작품을 팔기보다 투자 개념으로 전환하려고 한다. 상품화면 상품화, 영상화면 영상화, 각자 잘하는 게 있는 기업끼리 연계해 하나의 프로젝트를 쭉 함께하는 거다. 해외 진출에 관해선 플랫폼을 새로 만들기보다 해당 국가의 로컬 플랫폼과 제휴하는 방식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담당자들을 만나고 있고 이르면 올해부터 교류가 이루어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