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출현한 <혹성탈출> 시리즈는 미래 사회에서는 유인원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충격적인 상상력으로 명성을 얻었다. 더불어 특수분장 역시 당시로서는 손꼽히는 수준의 성취를 자랑했는데, 더 그럴듯한 유인원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할리우드 특수분장팀은 그로부터 몇 십년을 거치면서 실력을 쌓아갔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나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에 이르자 할리우드는 특수분장이 아닌 모션 캡처 액션과 CG의 결합으로 완벽한 유인원의 모습을 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은 치명적인 바이러스 ‘시미안 플루’로 인류가 거의 멸망하고 소수만이 살아남은 시점에서 시작된다. 유인원들은 도시를 떠나 숲에서 그들의 세상을 만들었다. 도시는 폐허가 되었고, 10년간 인간과 유인원은 서로 다른 공간에 머물며 마주치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에 유인원들은 인간이 멸종한 것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그 평화가 깨진 것은 도시의 비상전력이 다 소진되면서부터.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유인원이 거주하는 숲에 있는 댐을 재가동해야 한다. 우연히 두 존재가 마주치게 되자, 유인원과 인간은 평화를 지킬 것인가 무력을 써서 주도권을 가져야 하나를 두고 내부 마찰을 겪는다. 21세기 <혹성탈출>의 유인원들은 연기력과 기술력이 결합되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캐릭터로 완성되었다.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이 가진 분명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서사가 비주얼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는 단순함의 문제가 아니라 뻔함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