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살만 되면 동물원에서 먹고 자며 사육사로 일할 원대한 꿈을 꾸고 있는 우리 집 어린이는 텔레비전 뉴스에서 큰빗이끼벌레만 나오면 진저리를 친다. 보기도 흉물스럽지만 함께 나오는 이야기가 아홉살짜리가 듣기에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유병언 잡아다가 세월호 참사 수습 비용 물릴 생각만 할 게 아니라 4대강 사업을 주도한 일당에게 구상권 청구할 준비도 해야 할 때다. 유병언은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미스터 각하는 어디 있는지 모두 알잖아.
멀쩡한 강을 인공 호수로 만들어 대대손손 가늠조차 어려운 손해를 끼친 건 명백한 범죄 행위이다. 이대로는 국가 재정도 파탄난다. 그런데 4대강 사업으로 이득 본 자가 누구… 지? 건설사? 줄도산이라며. 그럼 몇몇 건설사? 임직원이며 하청 노동자며 수당 올랐다는 소리 듣지 못했다. 굳이 꼽자면 그 건설사에 투자한 몇몇 큰손과 오너 정도? 그리고 찬성한 학자와 관료들? 양심과 영혼을 팔아 알량한 자리보존했다는? 4대강 사업 후유증을 취재하는 지인의 말로는 당시 찬성한 이들 가운데 지금 연락되는 사람 아무도 없다는데. 대체 누가 이득을 봤냐고요. 수자원공사는 빚더미에 앉았고 강은 저렇게 푹푹 썩어가고 있는데. 아무리 뒤져봐도 자전거 거꾸로 타시는 그 한분밖에 안 남는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좀 제대로 했으면 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4대강 못지않다. 해도해도 너무한다. 이들에게는 민심도 시류도 스치는 바람일 뿐. 완전히 고인 물이다. 흘러본 지 너무 오래돼 자신이 원래 뭐였는지도 모르는 ‘정신나간 낙동강’에 버금간다. 박원순이 왜 재선에 성공했는지, 권은희가 왜 박수 받았는지, 노회찬에게 왜 미안해야 하는지 도통 모른다. 눈앞의 이익을 좇으면 다행이게. 눈앞의 이익이 뭔지도 모르는 이들이 부리는 고인 욕심이란, 정치적 큰빗이끼벌레의 토양만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