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출신 공직 후보자들의 화려한 편력들을 보면서 ‘빽 투 더 베버’라 불렸던 전설의 교수님 일화가 떠오른다. 본인 박사 학위 논문 하나로 강단에서 수십년을 버티어 ‘베버가 연구한 기간보다 베버를 우려먹은 기간이 길다’는 평가를 받았던 분이다. 그래도 그분은 정년과 연금이 보장된 교수 생활을 끝으로 표표히 사라지셨다. 이거 너무 소박하시잖아.
수백명이 배에 갇혀 가라앉고 있는 와중에도 VIP께 보고할 영상 확보에만 올인했던 청와대 상황실 관계자들의 육성이 공개됐다. 법규를 어겨가며 자료 제출을 하지 않다가 매도 한꺼번에 맞겠다는 심보인 듯 어느 새벽 육성파일과 녹취록 등을 내놓았다. 짐작대로 세월호 참사 직후 청와대의 태도는 8글자로 요약된다. 우왕좌왕 책임회피. 구조인원이 잘못된 걸 뒤늦게 알고 담당자는 몹시 당황했는데, 인명피해가 커서라기보다는 대통령께 보고한 숫자가 틀렸기 때문이다. 그들의 업무 모토는 4글자다.
그분심기. 비정상은 정상화될 겨를도 없이 이렇게 청와대에서부터 일상화돼 있다.
‘저도 제가 여기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듯, 다 자란 고추를 매단 고춧대가 잔디밭에 띄엄띄엄 심어져 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소유의 경기도 여주 땅 풍경이다. 누가 봐도 급히 어디서 옮겨 심은 모양새인데, 본인은 극구 농사를 지었다고 주장한다. 왜 이리 얇으실까. 이 정부 아래서 이 정도는 일도 아닌 것을. 본인의 세금 탈루에 견줘봐도 그렇고. 참으로 요상한 이 풍경을 두고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짧고 굵게 말했다. “고추를 괴롭히지 말라!” 아리스토텔레스가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건만, 고추밭 하나 제대로 흉내내지 못하는 이가 어떤 창조적 정책을 관장할 수 있을까. 동요 가사만큼은 창 조적으로 개사됐다. 빨간고추 초록고추 너무 괴로워… 아야아야 민망해서 잉잉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