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영화이미지만의 고유한 ‘비결정적 성질’ 때문인지 모른다. “영화이미지학이란 말은 없다”로 시작되는 김호영 교수의 저서 <영화이미지학>은 모두가 알지만 어쩌면 생소한 개념인 ‘영화의 이미지’에 대해 심도 깊게 다가가는 순수 이론서다. 베르그송이 주창한 유물론적인 이미지론의 흔적으로부터 들뢰즈에 이르는 순수한 시지각적 기호로서의 이미지까지, 저자는 통시적 단계를 차분히 밟으며 이미지에 대한 사유에 본격적으로 접근한다. 베냐민과 베르토프, 엡슈테인과 발라즈, 파솔리니와 바르트 등 다양한 석학들의 이미지 논의를 이 과정에서 만날 수 있다.
현대영화에서 논의되는 절대적이고 순수한 상태로서의 ‘시간-이미지’를 제대로 해석할 초석이 될 것이기에 이 책의 등장은 반갑다. 저자의 친절하고 명확한 설명에 따라 독자들은 가시적인 상태에서 비가시적 영역으로, 서서히 이미지의 역사를 꿰뚫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영화이미지는 ‘기계적 지각’에서 ‘정신적 형상’으로 의미가 발전되고, 이후 ‘환유를 사용한 복합적 이미지’와 ‘유물론과 관념론을 극복한 잠재적 이미지’로 논의를 확장시킬 수 있다. 이 모든 논점의 목표는 ‘영화’ 자체이다. 영화이론이 주변 학문의 재료로 사용되는 지금의 시점에서 이 근본적 방향 설정은 유독 돋보인다. 들뢰즈의 영화이론을 공부하려는 이들에게도 <영화이미지학>의 발간은 환영받을 ‘사건’이다. 지금껏 행한 들뢰즈식 영화읽기가 거대한 코끼리를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행위에 가까웠다면, 김호영은 영화이미지에 대한 제대로 된 해석의 발판을 마련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