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의 <올랭피아>가 파리를 떠들썩하게 만들 무렵, 언니와 함께 화가의 꿈을 키우던 베르트 모리조(마린느 델테르메)는 그림 연습을 위해 찾은 미술관에서 우연히 마네(맬릭 지디)를 만난다. 베르트에게서 영감을 얻은 마네는 그녀에게 자신의 모델이 되어달라고 부탁하고, 그의 작업이 궁금했던 베르트는 마네의 제안을 수락한다. 하지만 마네의 작업이 진행될수록 마네에 대한 베르트의 감정은 점점 더 깊어만 가고, 그림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과 마네에 대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뒤섞이면서 베르트를 흔들어놓기 시작한다.
<마네의 제비꽃 여인: 베르트 모리조>는 ‘마네에게 영감을 준 뮤즈’ 혹은 ‘인상파 최초의 여류화가’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화가 베르트 모리조의 삶을 담백하게 영화의 중심에 놓는다. 그래서 한국어 제목과 달리(이 영화의 원제는 <베르트 모리조>이다) 영화 속 베르트 모리조는 ‘마네의 여인’이라기보다 그림에 대한 놀라운 열정을 그림에 담아내려 애쓰는 오롯한 화가로 그려진다. 마네라는 이름에 ‘현혹’되지 않고 영화는 시종일관 베르트의 자리에서, 그녀가 느꼈을 마네에 대한 사랑과 존경, 질투의 감정이 어떻게 그녀의 작품에 녹아들어가는지를 차분히 재구성해낸다. 연출을 맡은 카롤린느 상페티에는 사실 우리에게 장 뤽 고다르나 필립 가렐, 아르노 데스플레생 등과의 작업으로 더 잘 알려진 촬영감독이다(최근 개봉한 레오스 카락스의 <홀리모터스>에도 참여한 바 있다). 그래서일까? 데뷔작이 보여줄 수 있는 ‘신선함’ 대신, 오래된 살롱 화가들의 작품을 닮은 매끈하고 세련된 화면들은 인상파 화가의 새로움을 담아내기엔 오히려 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