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발 KTX 철도민영화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바 있다. 당시 노동자들은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며 투쟁했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을 ‘귀족 노조’라 이름 붙이면서 철도민영화 문제를 ‘그들의 문제’로 고립시키려 했다. 다큐멘터리에서 사회문제를 다룰 때 투쟁하는 이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라면, <블랙딜>에서는 투쟁의 모습이 전면화되지 않는다. 대신 한국의 4인 가족의 모습을 시작으로 독일과 칠레, 영국, 아르헨티나, 프랑스, 일본 등 전세계적인 공공재 민영화 문제를 조명한다. 가정과 사회 곳곳에 배치된 모니터를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으로 활용하는 등 구성적인 부분에도 신경 썼다.
<블랙딜>이 민영화 문제를 전세계적으로 확장한 것은 나름의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통신공사라는 공기업이 KT라는 사기업으로 탈바꿈했던 한국통신 민영화는 IMF 외환위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결과였다. 이를 떠올려본다면 민영화 이슈만큼은 단일한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전세계의 문제로 확장하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문제를 확장하다보니 온건한 방송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다수를 포용하고자 하는 시도라고도 이해된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 중 칠레의 한 청년이 인상적인데, 칠레는 전기, 수도, 가스 등 대부분의 공공재가 민영화된 상태다. 그가 민영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한국 국민에게 보내는 대자보를 쓰는 장면은 어떠한 설득 방식보다 울림을 준다. 내레이션으로 참여한 가수 정태춘의 목소리가 다큐멘터리 특유의 분위기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