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첫주 기독교도들의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드는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첫째는 서울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이고, 두 번째는 레딩대학에서 개발한 언어 인공지능 ‘유진’이 사상 최초로 튜링테스트(기계의 인공지능을 검증하는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소식이다. 튜링테스트에서 참관인들은 블라인드 상태로 인간과 인공지능에 질문을 던지는데, 누가 진짜 인간인지 식별하지 못할 경우 인공지능은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간주된다. 인공지능이 튜링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은 근미래에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금까지 우세했지만 유진과 채팅해본 30명의 참관인 중 10명이 그(것)를 인간으로 판단했다. 두 사건 모두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는 보수기독교단체라는 전통적인 장애물에 맞닥뜨린 반면 유진의 튜링테스트 통과는 동료 공학자들에 의해 부정당하는 분위기다. 튜링테스트의 가장 강력한 옹호자인 인공지능학자 레이커즈와일조차 테스트 조건이 느슨했다면서 유진의 ‘지성’을 부정하고 있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이 두 사건의 역사적 뿌리가 한데 얽혀 있다는 사실이다.
튜링테스트는 현대 컴퓨터의 개념을 창안한 수학자 앨런 튜링이 쓴 논문에서 유래한다. 튜링은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 혹은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는 기계는 정말로 생각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에서 파생하는 형이상학적 논쟁을 우회하기 위해 ‘모방 게임’이라는 것을 구상했다. 이것은 기계 대신 남자와 여자가 참여하는 게임이다. 참관인은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남자 참가자는 완벽하게 여자 참가자를 모방해 행동하며, 필요에 따라 거짓말까지 한다. 간접대화로 주어진 정보만으로 참관인은 누가 진짜 여자인지 확실히 맞힐 수 있을까? 튜링은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는 식별이란 근본적으로 어떤 대상의 행동과 그것을 수행하기 위한 유한한 규칙들을 관찰함으로써만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그러므로 모방가능한 것은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 인간을 닮은 기계뿐만 아니라 여성을 닮은 남성도 마찬가지다.
역사가들은 튜링의 발상이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측한다. 튜링은 동성애 죄목으로 영국 법원에서 거세형을 선고받았고, 자신이 좋아하던 디즈니 만화에서 백설공주가 했던 행동을 ‘모방’하여 청산가리를 주입한 사과를 베어물고 죽었다(자살 여부에는 논란이 있다). 튜링이 죽고 일년이 지나 스티브 잡스가 태어난다. 그가 창업한 세계 최초 PC회사의 로고는 베어문 사과 모양이다. 튜링을 기리기 위한 도안이라는 설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아이폰에 탑재된 인공지능 ‘시리’가 튜링에게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것만큼은 틀림이 없다. 시리에게 성별이 뭐냐고 물으면 “저는 성별이 없어요”라고 대답한다. “남자야? 여자야?” 선택지를 좁혀서 캐물으면 시리는 이렇게 되물을 것이다. “그게 중요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