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사단 총기난사 사건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갓 스무살을 넘긴 이들이다. 만 19살도 있다. 사상자 명단을 오래도록 들여다본다.
장군들을 위해 장교들이 있고 장교들을 위해 병사들이 있다. 장군들은 왜 있을까. 장교들을 지휘하기 위해 있지. 그럼 장교들은? 병사들을 지휘하기 위해서지. 도돌이표다. 피라미드형 밥그릇 구조라는 것 외에 이 많은 수의 병사들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누구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군대의 그 무수한 ‘작업들’처럼.
천문학적 금액의 무기들은 들여오면서 최전방의 병사들에게 방탄조끼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군 헬기가 태백산맥을 넘지 못해 환자의 병원 후송에 4시간이나 걸렸다. 응급조치만 제대로 했어도 살렸을 아까운 목숨도 있다. 끔찍한 사고를 친 중무장 탈영병을 잡으라고 내몰면서 일부 병사들에게는 빈총만 쥐어줬다. 그들 또한 일명 ‘관심병사’들이라 유사 사고를 칠까봐 그랬단다. 기가 막혔다. 그렇게 못 미더운 애들에게 어쩌자고 수색 임무를 맡기니. ‘관심’ 받으면 자기 목숨 지킬 권리도 없나? 총알이 피해가나? 생때 같은 젊은이들을 강제로 모아놓고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국민과 나라를 지키기는커녕 자신도 못지키는 이런 조직을 과연 유지할 이유가 있을까. 그 좋아하는 ‘민영화’를 하거나 ‘하청’을 주는 게 차라리 낫겠다. 아니면 ‘개 줘’를 하든지.
병영문화를 포함한 국방개혁의 시계는 진작부터 돌지 않는다. 국정의 전 기능이 동맥경화라도 걸린 것처럼 마비돼 있다. 상대적으로 약한 곳에서부터 속수무책의 사건들이 터져나오는 걸 보며 병증의 심각성을 짐작할 뿐이다. 오로지 ‘한분’만 이를 모른다. 급기야 세월호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한 정홍원 국무총리가 유임됐다. 두달 새 부쩍 늙으신 이분, 정말 그만두고 싶은 표정이던데. 새 ‘관심총리’에게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