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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를 둘러싼 상황들 <자, 이제 댄스타임>

낙태는 논술시험의 단골 주제다. 찬반양론이 팽팽한 가운데 늘 반대쪽이 우세한데, 찬반을 논하는 대표적인 기준이 태아의 생명권이기 때문이다. 반대하는 쪽은 태아도 생명이라는 것을 절대논리처럼 내민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들의 사정은 논외로 밀려난다. 산모의 자기결정권은 ‘사정을 하나하나 봐주다가는 인간의 생명권이 흔들린다’라는 논리에 부딪히고 깨진다. 이 영화는 이런 ‘예외’들을 엮어 만든 성기지만 단단한 그물망이다.

영화는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과의 인터뷰와 이에 대한 재연, 낙태를 둘러싼 상황에 대한 스케치 등이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가장 중요하고 흥미로운 부분이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과의 인터뷰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나이도, 상황도 다르다. 그들 중 누군가는 위기를 극복하고 당시 남자친구와 부부가 된 경우도 있는 반면, ‘개자식’을 사랑했던 누군가는 여전히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누구를 사랑하지 못한다. 여러 인터뷰 내용 중 인상적인 것은 설렁탕집과 관련된 일화다. ‘나’는 낙태수술을 받은 뒤 너무 배가 고파서 병원 건물에 있던 설렁탕집에 간다. 설렁탕을 먹다가 우는 내게 설렁탕집 주인은 그전에도 혼자 설렁탕을 먹다가 울고 간 여자들이 있었다고 말해준다. 설렁탕집을 매개로 한 보이지 않는 커넥션. 때로는 그냥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안도하게 된다. 어쩌면 이 영화가 존재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는지 모른다. 재연방식에 있어서 상황 자체보다는 상황에 대한 주관적인 느낌을 묘사하려다 보니 몇몇은 과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그렇다고 댄스타임에 동참하기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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