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지금 우리에게 하느님의 ‘터치’가 있다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내보이시는 게 아닐까. 어찌나 투명한지 그 흔한 음모론조차 없다. 이럴 수가.
제일 앞에는 친일과 반공을 뿌리로 친미와 자본을 지지대로 자신들 천년왕국의 ‘바벨탑’을 쌓아올리려는 기독교 기득권자들의 맨얼굴이 있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일련의 해프닝은 그들이 얼마나 신의 이름으로 권력을 섬기는지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 뒤로는 최고 권력의 심기에 편승하는 정치꾼들의 기회주의적 행보가 있다. 이익을 편취하는 데 골몰한 나머지 발걸음이 마구 엉킨다. 문 후보자를 옹호했던 새누리당 친박 인사들의 말바꾸기는 보는 ‘일베’를 당황스럽게 만들 정도이다. 소신도 의리도 없다. 아침에 한 말과 저녁에 한 말이 달라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 그들은 어떻게든 성공만 하면 된다는 지배층의 일그러진 정서를 리얼하게 보여준다.
세 번째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체’이다. 철학이나 스타일이라는 말로 포장하기도 어려운 유아적인 아집과 피해의식이 연이은 인사 참극을 낳고 있다. 국민이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주다 못해 정신상태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 역사를 돌아보건대 언제 또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지도자가 있었나 싶다. 마치 부모와 함께 청와대에 들어갔던 열살 남짓에서 성장이 멈춘 듯해 보일 정도이다.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 세월호 수습(!) 등 시급히 지혜를 짜내고 공의를 모아야 할 많은 중요 이슈들이 앞서 지적한 ‘생얼 톱3’의 갈지자 행보에 묻혀버렸다. 저질이라고 하기조차 힘든 ‘즈질’ 뉴스에 온 국민이 스트레스받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이건 아니다. 전략적 외면이 필요하다.
대신 심판은 깔끔하게. 하느님의 리터치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