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트위터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은 것은 단연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하루종일 영등위의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 때문에 블러 처리된 <님포매니악 볼륨1> 포스터가 리트윗을 타고 야유와 함께 타임라인에 도배됐다. 하긴 어디 이 영화뿐이랴.
<아메리칸 허슬>과 <씬 시티2>는 여주인공의 ‘가슴골’이 포스터에서 사라졌고, <폼페이: 최후의 날>의 ‘키스 장면’도 철퇴를 맞고 사라졌다. 또 <관능의 법칙>은 여배우의 ‘치마길이’가 제재를 받았고, <스프링 브레이커스>는 ‘비키니 복장’, 재개봉된 <몽상가들>은 ‘목욕 장면’이 싹둑 가위질됐다. 물론 내 영화 <남쪽으로 간다> 포스터도 남자 엉덩이가 노출됐다는 이유로 수영복을 입히라는 해괴한 훈계와 함께 청소년 유해물 판정을 받았더랬다.
맙소사, 영등위 심의위원들은 한국인들이 무성생식이라도 하길 바라는 건가. 가슴골도 안 돼, 치마가 짧아도 안 돼, 키스도 안 돼, 오르가슴도 안 돼! 장발과 치마 길이를 단속하던 유신시대가 다시 도래하나 보다. 심지어 영등위는 흡사 조폭들의 ‘눈 깔아’도 재현하는 중이시다.
영화 <프랑켄슈타인: 불멸의 영웅>의 포스터는 주인공 흉터가 너무 진하다고 포토숍 성형수술을 당해야 했고, <웃는 남자>는 웃는 모습이 기괴하다는 이유로 오리지널 포스터가 반려당했으며, <폭스파이어>의 한국판 포스터에서는 담배 피우던 두명의 여배우 손에서 담배가 사라졌다. 시쳇말로 심기 불편하니 ‘눈 깔아’라는 것이다. 흉터와 웃는 모습, 담배까지 시비를 걸고 넘어지는 모양새가 딱 조폭들의 오지랖이랄까. 이쯤되면 영등위야말로 한국 영상문화의 조폭이요, 문화 탈레반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다. 히잡 쓴 여성과 흉터 없는 가부키 화장의 남성만 영화 포스터에 허용된다는 말인가.
참으로 기괴한 엇박자의 퇴행이다. 세계에서 가장 영화를 많이 본다는 한국, 세계 7위의 이 영화시장에서 구시대적인 가위질로 관객의 ‘볼 권리’를 참 꼼꼼하게도 도려내고 있는 이 기이한 문화적 비대칭을 우린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한편에선 지긋지긋하게 한류의 성장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렇게 포스터들을 깨알같이 검열함으로써 시민들의 성(性)과 문화적 감각을 통제하려는 저 과거의 유령들이 출몰하는 이 불균형의 풍경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애석하게도, 우린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돈과 성장에 대한 욕망의 시스템이 배제하는 그 다른 가치들의 무덤 속에 과거 검열관의 유령들이 둥지를 튼다는 것을. 경제성장의 신화에 대한 집착 때문에 과거 망령들의 소환을 인준했다는 것을. 그저 모른 척할 뿐이다. 세월호의 참담한 비극에도 여당에 표를 몰아줬던 우리는 그저 모른 척할 뿐이다. 아무리 SNS에서 영등위를 희화화하지만 검열관들은 안다, 우리의 욕망이 그들을 소환했다는 것을. 아직 이 배신의 욕망의 계절은 끝나지 않았고, 우린 저 가위질 앞에서 계속 비명을 질러야 한다. 유령들을 쫓아내는 저 집요한 푸닥거리와 씻김굿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