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지? 이 조롱받는 기분은. 이쯤되면 너도나도 손들고 “총리, 그거 제가 할게요. 느낌 아니까” 해야 할 것 같다. 정말 그렇게 사람이 없나. 모욕감을 넘어 국민의 한명인 내가 불쌍해지려 그런다.
새누리당 초선의원들의 지적처럼 “발언 장소나 취지는 중요하지 않”다. 일련의 발언과 해명을 종합해보면 단순하고 우연한 말실수가 아니다. 일종의 ‘확신범’이다. 문창극 후보자와 생각이 같은 게 아니라면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완전히 망가진 것이다. 앞의 이유라면 국민에 대한 정신적•역사적 학대이고 뒤의 이유라면 몰염치한 직무유기다. 어느쪽이든 오만하고 무능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심지어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살짝 연민이 들 정도이다. 진짜 그가 전권을 쥐고 골랐다면 이런 사람을 골랐을까. 수십년 국록을 먹어왔고 권력의 요직에만 있어왔으니 누구보다 그 세계의 생리를 잘 알 것 아닌가. 그래서 찍소리 안 하고 지금의 ‘윗분’을 ‘모시는’ 것이고 그렇게 심기를 살피고 비위를 맞춘 덕에 연이은 인사참극으로 그 많은 욕을 먹고도 살아남은 거겠지.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수첩 뒤적이는 사이가 아닌 다음에야 그도 왕실장이 아니라 김내관일 뿐인데.
문 후보자는 자신의 교회 강연 내용을 비판한 모든 언론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나섰다. 청문회까지 가겠다는 선전포고로 들린다. 청와대와 교감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제스처다.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인사의 기준이라는 점이 다시 한번 분명해졌다.
문제의 강연을 제일 먼저 보도한 언론사가 KBS인 것은 의미심장하다. 보도 통제가 먹히지 않은 덕이겠지.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지금 KBS는 해방구”라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우리 김비서도 간섭하지 않으니 이렇게 일을 좀 하는구나. 만약 하나님의 뜻이 있다면 지금은 KBS에 닿아 있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