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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쓰는 여자와 그림을 가진 남자 <미국인 친구>

지윤(황금희)은 습작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소설을 쓰고 싶어 한다. 그사이 친구 희경(김희진)은 유명한 소설가가 된다. 지윤과 희경은 서로 비슷하기에 지윤이 하는 모든 것은 결국 희경을 따라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소설에 도움을 줄 만한 그림을 찾던 지윤은 희경 역시 그림을 소재로 글을 구상 중이라는 말에 신비한 사연을 가진 고가의 명화를 선점한다. 그 그림은 중국 파견 미국 정보원이자 재미동포인 피터(남성진)가 중국의 부호 왕 회장으로부터 선물받은 그림이다.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던 피터는 알고 지내던 동생 혜진(배정화)의 도움으로 그림을 팔기 위해 한국을 찾는다. 그러던 중 피터는 그림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왕 회장으로부터 감시와 협박을 받는다.

<여덟 번의 감정>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려고 시도했던 감독이 여전히 진행 중인 숙제를 품고 4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소설을 쓰려는 지윤의 욕망과 그림의 소유자인 피터의 상황이 이야기를 추동하며 둘을 연결하는 인물로서 혜진이 긴장감을 만든다. 소설 쓰는 여자와 그림을 가진 남자의 만남은 결국 이야기와 이미지의 만남으로서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에서 지윤은 “소설 속 인물들이 화가 나면 더이상 소설이 써지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소설가와 소설 속 인물간의 미묘한 관계를 설명하는데, 감독은 지윤의 소설 작법을 자신의 영화를 통해 풀어내려고 한 것 같다. 지윤의 소설 속 인물과 실제 인물이 겹치는 탓에 어느 순간부터 영화적인 실제와 허구가 혼재되고, 그런 채로 마무리된다. 자신 안에 똬리를 튼 이 영화가 보는 이에 따라서는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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