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쿨한 도시”(<뉴욕타임스>) 베를린이 몸살을 앓고 있다. 베를린은 한때 대안 예술가, 대학생, 이주민들이 어우러져 특유의 생동감을 내뿜던 도시였다. 하지만 최근 이들은 베를린에서 쫓겨날 처지가 돼버렸고, 이들을 몰아낸 자리엔 고급 주택과 관광객이 머물 고급 펜션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같은 베를린의 도시 문제를 다룬 저예산 다큐멘터리 두편이 6월 초 베를린에서 개봉했다. 베를린의 현재를 보여주는 두 영화는 <세입자 반란>과 <웰컴 굿바이>. <세입자 반란>은 베를린의 고급 주택화(gentrification) 현상의 첫 번째 희생양인 가난한 예술가, 장애인, 노인, 실업자, 이주민들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서로 뭉치는 과정을 기록한다. 2012년부터 이들의 움직임을 담아온 이 영화의 첫 장면은 홀로 살던 로즈마리 플리스 할머니의 장례식 장면이다. 플리스 할머니는 급등한 임대료를 내지 못해 강제퇴거를 당하고, 며칠 뒤 쇼크로 숨진다. 그녀는 사망하기 직전까지 피켓을 들고서 거리로 나섰다. 플리스 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한 조문객들은 카메라 앞에서 분노를 쏟아낸다. “믿을 수 없다. 독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영화에 절망과 분노만 담긴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과 페이스북으로 연결된 세입자시민단체회원들이 강제퇴거에 반대하는 시위를 지원사격하고, 임대료가 두배로 뛰어올라 쫓겨날 뻔한 노인 세입자들은 서로 힘을 합쳐 건물주와 합의를 이뤄낸다. <세입자 반란>은 연대만이 살길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한다.
또 다른 작품 <웰컴 굿바이>는 베를린 관광객과 주민간의 갈등을 문제 삼는다. 관광객은 베를린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주민들에게는 소음과 쓰레기를 양산하는 귀찮은 존재다.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 노이쾰른 지역에는 “베를린은 당신들을 안 좋아해” (Berlin doesn’t love you)라는 구호가 적힌 스티커가 등장해 한동안 화제가 됐다. <웰컴 굿바이>는 베를린에 장기체류하는 이스라엘 출신 인형작가, 매년 베를린을 찾는 네덜란드 소설가 등 베를린을 사랑하는 이들의 목소리와 함께 베를린 주민들의 복잡한 심경을 동시에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