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다음날, 재활용통을 뒤져 버렸던 공보물을 찾아냈다. 내가 지지하지 않는 이들이 당선됐기 때문이다. 왠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아 꼼꼼히 다시 읽었다. 아흑. 아직도 이런 무슨무슨 벨트식의 개발지상주의 공약이 으뜸으로 나왔다니. 지지후보 스토킹하고, 약수터에 퍼질러 앉아 ‘어르신 눈높이’에 맞춰 자유발언했던 내 이웃들은 정녕 소수파인 거다. 대체 내 주변에는 왜 이렇게 평생 소수자들만 넘실대는 거니. 만둣가게 사장님은 동네 어르신들의 표심에 열변을 토했는데, 결국 “박근혜를 살려주자”는 말에 움직였단다. 온갖 똥폼 잡던 인사들이 온갖 개쪽 감수하고 머리 조아리며 읍소한 게 이 때문이다. 먹히니까. 이런 구원파스러운 결과라니(자자, 선거 끝났으니 검찰은 유병언 보내주든 잡아주든 어서 마무리하세요).
청소할 일 천지다. KBS 길환영 사장님은 거취가 댁으로 정해지셨다. 더이상 앵커 혼자 줄줄 읽는 조선중앙TV스러운 9시뉴스 보지 않아도 되는 거지? 그 와중에도 시청률이 20% 넘게 나온 건 상당수 그냥 틀어놓는 가구들 덕분이겠지만, 바꿔 말하면 그거 믿고 막 갔던 거고 그거 때문에 끝내 쥐락펴락하려는 거다. KBS 새 사장은 새 방송법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칠 필요도 있겠으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인사청문회 거친 그 많은 장관들의 행태를 봐도 그렇다. 고개 처박고 최고존엄의 말씀 토씨 하나 놓치랴 받아적기로는 남과 북이 하나잖아. 진정한 종북은 여기 있잖아.
선거 기간 주로 호남쪽으로 사교활동 다니시던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대표께서도 하루빨리 거취를 정하셔야 할 것 같다. 너의 빈 잔에 도저히 술을 따르지 못하겠다. 잔이 찬 것도 빈 것도 아니고, 마신 건지 마실 건지도 모르겠고…. 네 술은 네가 따르세요. 내 술은 내가 따를게요. 우리 이제 헤어져요. 술값은 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