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테ː쏠로 ]
겉뜻 평생 동안 한번도 애인을 사귀어보지 못한 사람 속뜻 날 때부터 거룩하게 구별된 사람
주석 어머니가 신앙을 가져서 태중(胎中)에서부터 종교를 받아들인 이를 모태신앙이라 하고, 여기에 빗대어 태중에서부터 혼자인 사람을 모태솔로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은 이상하다. 쌍둥이가 아닌 한 우리 모두는 엄마 뱃속에서 내내 혼자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시험관아기의 증가로 쌍둥이의 출생 비율이 2000년 1.68%에서 2005년 2.17%로 증가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2000년 98.32%에서 2005년 97.83%로 모태솔로의 비율이 감소한 셈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보아야 할까? 아니면 다 같이 슬프니까 그걸로 위안을 삼아야 할까?
모태(母胎)라는 말에는 더 큰 비밀이 숨어 있다. 모태라는 말의 반대는 부태(父胎)일 텐데, 이런 말은 없다. 아버지에겐 자궁이 없으니 당연하다고 하겠지만 옛날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자궁이 그릇에 불과할 뿐이며 자식은 오직 아버지의 힘으로 생겨난다고 믿었다. 신화에는 이런 상상을 구현한 이야기가 가끔 있다. 그리스신화에서 대장장이신 헤파이스토스는 아테나에게 달려들었다가 그녀가 피하는 바람에 그녀의 다리에 정액을 흘렸다. 아테나는 양털로 정액을 닦아서 버렸는데, 여기서 에리크토니오스(‘양털-대지’란 뜻)가 태어난다. 훗날 아테네의 왕이 되는 인물이다. 인도 신화에서도 바루나와 미트라가 요정 우르바시의 미모에 반해서 정액을 흘렸는데, 이를 모아둔 항아리에서 성자 아가스티야가 태어난다. 남자는 씨를 뿌리는 자요 여자는 그 씨가 싹터서 자라는 밭이라는 생각이 이 이야기들에 들어 있다.
실제로는 어머니의 힘이 훨씬 더 강하다. 정자에는 턱없이 적은 유전정보가 들어 있을 뿐, 태아가 수정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자원은 난자에서 온다. 예를 들어 세포 내 발전소라 불리는 미토콘드리아는 100% 어머니에게서만 유전된다. 남자는 XY, 여자는 XX염색체를 갖고 있다. 그러니 실제로 남자 속에는 남성 하나와 여성 하나가, 여자 속에는 여성 둘이 들어 있는 셈이다. 사실 우리는 태어날 때 모두 여자로 태어난다. 남자 아기의 경우 8주가 지난 뒤에야 Y염색체가 테스토스테론을 분비하라는 신호를 보내서 남성으로의 변신이 일어난다. 지구에 도착한 두달 동안 우리 모두는 여성이었던 셈이다.
이것이 모태솔로의 비밀이다.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 혼자서, 외롭게, 우리를 낳았다는 것. 주몽을 낳은 유화 부인이나 예수를 낳은 성모마리아가 증언하는 것도 이것이다. 낳은 이를 어머니라고 한다. 곧 어머니만이 우리를 낳는다. 우리는 동정녀의 자식이며, 따라서 모태솔로다. 우리는 성스럽게 구별된 존재다.
용례 우종현 시인이 ‘주홍글씨’를 ‘주홍글 씨(氏)’라고 재치 있게 바꿔 부른 적이 있다. 찬성이다. 영화 <주홍글씨>(The Scarlett Letter)의 표제는 여주인공 헤스터(데미 무어)에게 찍힌 낙인이 아니라, 그녀가 혼자 낳은 아이의 이름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