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는 한국 강호동양학에 대한 개론서다. 강호동양학은 사주, 풍수, 한의학, 즉 조선시대 과거시험 중 잡과(雜科)에서 시험을 본 과목들을 말한다. 저잣거리에서 인기 많은, 누군가의 눈에는 혹세무민의 동양철학일 바로 그것. 영화 <관상>을 보고 강호동양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특히 한번 읽어볼 만하다. 사주명리학에 얽힌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관상이나 풍수, 주역 그리고 적중한 예언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또 한국사의 뒷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데 대체 왜 점쟁이 이름에 백운학이 그렇게 많은가 하는 이유(구한말 활동했던 진짜 백운학은 대원군의 13살 난 아들 명복을 찾아가 “상감마마 절 받으십시오” 하고 큰절을 올렸다. 그리고 대원군에게 자신이 제왕의 상을 보았다며 4년 뒤에 3만냥을 달라고 했는데 과연 4년 뒤 명복 도련님은 고종으로 즉위했다), 한국 명리학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는 박재완, 박재현이 한국 현대사와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가 등이 나온다.
사주명리학은 얼핏 보수적인 학문으로 보일 수 있지만 생년월일시만 잘 타고나면 왕도 될 수 있고 장상도 될 수 있다는 신념체계다. 반대로 지체 높은 집안의 자식이라 해도 사주가 좋지 않으면 별볼일 없다고 믿는다. 운명론이면서도 혁명적인 가치체계 위에 만들어진 셈이다. 2002년 출간된 책의 개정판으로, 읽다보면 (비록 흥미진진한 예언 적중 사례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긴 하지만) 용한 점집을 찾기보다 자신에 대한 통찰력을 기르는 게 중요함을 알게 된다. 동서양 철학을 막론하고 ‘너 자신을 알라’는 가장 중요한 금언으로 작용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