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유럽에서 날아온 애니메이션 <마이 블랭키>

우리는 늘 자신이 꿈꾸는 걸 실천하고 있는 대상을 볼 때 사랑에 빠진다. <마이 블랭키>의 주인공 카누토가 까만 어린 양 블랭키를 보고 첫눈에 반한 이유도 딱 그렇다. 바닐라색, 핑크색 등 파스텔톤 언니들과 달리 까만색인 블랭키는 태어나는 순간 탄성보다는 탄식의 대상이었지만 카누토에게는 매력 만점의 사랑스러운 그대일 뿐이었다. 블랭키는 색만 다른 게 아니라 취향도 독특했다. 달 착륙 영상을 본 이후 달나라에 가겠다는 꿈을 갖게 된 그녀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는 실험에 몰두하고 도전정신을 보인다. 하지만 양들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는 양치기 개 카누토에게 그 모습은 불안할 뿐이다. 원대한 포부를 지닌 블랭키와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의 꿈을 지원해줄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카누토 사이의 옥신각신 ‘밀당’이 유럽에서 날아온 이 애니메이션의 관전 포인트다.

이제 애니메이션에서 안전지향적인 여성 캐릭터와 도전적인 남성 캐릭터의 자리바꿈은 상식이 되어버린 듯하다. 블랭키와 카누토의 모습은 <천재 강아지 미스터 피바디> <몬스터 호텔> 등에서 보아왔던 천방지축 소녀와 범생이 소년 캐릭터의 결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 애니메이션들에서 기대되는 예술성보다 디즈니나 픽사의 애니메이션들과의 대결 의식이 더 두드러진다. 그래서 부모만 열광하고 아이는 시큰둥할 수 있는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겠지만 익숙한 서사와 서툰 리듬감이 선사하는 당혹감을 맛볼 수도 있다. 블랭키의 태도는 규율을 타파하려는 저항적 몸짓과 남성을 애태우는 ‘나쁜 여자’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카누토의 보호본능도 신사도와 가부장적 억압 사이에서 오락가락한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