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존재하는 여러 갱 집단 중 가장 냉혹하기로 소문난 것이 바로 시베리아인 조직이다. 국가를 깊이 증오하는 이들은 경찰과 어울리지 않고 마약에도 손을 대지 않는 자신들만의 규율을 지키며 살아간다. 그리고 이 작은 공동체에서 태어나고 자란 콜리마(아르나스 페다라비치우스)와 가가린(빌리우스 투마라비치우스)은 어릴 때부터 깊은 우정을 쌓는다. 하지만 작은 사건으로 인해 두 사람의 운명은 어긋나고, 시간이 흐른 뒤 이들은 결국 다른 세계에서 마주친다.
<지중해>(1991), <아임 낫 스케어드>(2003) 같은 작품으로 익숙한 가브리엘 살바토레 감독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만든 영화다. 범죄조직에서 성장한 두 소년을 중심으로 냉혹한 현실과 그 속에서도 지켜야 할 가치들을 이야기한다. 이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오가며 두 주인공의 가치관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이들이 속한 세상이 어떻게 망가져가는지 세심하게 묘사한다. 이때 섬뜩한 폭력과 따뜻한 인간미가 기묘하게 뒤섞여 공포와 매력을 발하는 폭력단의 모습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만하다. 그렇게 <시베리안 에듀케이션>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함께 ‘러시안 하드보일드’의 한 전형을 보여줄 수 있었다. 하지만 여러 시간대를 오가며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율할 때 삐걱거림을 노출한다. 특히 경쾌한 록음악을 반복적으로 사용해 진지해진 분위기를 전환하는 연출은 몰입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주제의식마저 의심케 한다. 명분 없는 폭력에 반대하면서도 순간적으로 폭력의 아드레날린에 중독된 모습을 보이고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