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칼럼을 보내면서 신두영 기자에게 “안대희 아저씨 혹시 숨겨논 딸 있어서 (총리하라고) 협박당한 거 아닐까?” 하는 우스갯말을 보탰는데, 인정한다. 나도 참 순진하다. 안 후보자가 황제 전관예우 논란과 많아도 너무 많은 수입이 드러나 총리 지명 엿새 만에 사퇴하는 걸 보며, 이 꼴 저 꼴 봤지만 더 볼 꼴 정말 많구나 싶다. 입신양명과 이해타산에 놀라운 촉수를 지닌 그들은, 원뜻에 누를 끼쳐 시인들께 죄송하지만, 참으로 바람보다 먼저 엎드리고 바람보다 먼저 고개 쳐들며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눈치를 본다. 언제까지 그런 이들에게 우리의 ‘안전’을 맡겨야 할까.
한 지인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공사장 옆을 지날 때마다 가능하면 멀리 돌아간다고 한다. 300번의 징후와 29번의 작은 사고 뒤에 1번의 대형 사고가 닥친다고 인용되는 하인리히 법칙이 아니라도, 이미 석촌호수 물이 마르고 사람이 죽고 다치는 사고가 빈발한 데다 절반쯤 드러난 모습조차 위협적이라서다. 미국과 말레이시아, 두바이를 강타했던 ‘마천루의 저주’도 떠오른다고 했다. 높이 더 높이 짓기 시작했다가 완공 시점에 과열이 정점에 이르고 결국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를 폭삭 망가뜨렸다. 이런 식의 초고층 건물이 상징하는 건, 랜드마크가 아니라 불길한 그 무엇인 듯해 모골이 송연하단다.
연일 크고 작은 재난과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진짜 큰 거 한방이 남은 게 아닐까 하는 공포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휴전국의 어린이로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큰 재앙은 전쟁이었는데, 머리 굵어지면서 그보다 더 무서운 건 원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이런 나라에서 성장보다 안전, 이익보다 생명을 기치로 한 녹색당이 깃발 하나 제대로 꽂는 꼴을 보지 못하면 그동안 봐왔던 그 수많은 못 볼 꼴들은 대체 뭔가. 재앙은 경고 없이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