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지향>을 쓴 우치다 다쓰루와 사회비평가 오카다 도시오의 대담집. 두 사람이 대안이 될 만한 ‘공동체’를 구상하고 실현에 옮긴 사례를 배울 수 있어서 좋은 책이지만(직원들이 돈을 ‘내고’ 다니는 회사를 설립한다는 발상이 등장한다), 20대는 이전 세대와 어떻게 다른가를 분석하는 초반부가 특히 읽을 만하다. 오카다는 현대 일본인을 정어리에 비유한다. “정어리는 작은 물고기라서 보통은 거대한 무리를 지어 헤엄치죠. 어디에도 중심이 없지만 잘 살아가요. 지금 일본인이 이렇지 않은가요? 정어리처럼 시스템 전체가 어떻게든 잘 굴러가는 덕분에 질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돌발적으로 무슨 일이 생기면 금방 흩어져버립니다. 그런 시대에 주류 미디어가 조금씩 존재감을 잃어갑니다. 정어리 무리를 컨트롤할 수 없지요.” 그렇다고 구심점을 만들어 컨트롤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가 아니다. 그 누구도 막다른 골목에 놓이지 않도록, 교육은 학생을 기다려줄 줄 알아야 하고, 가족이나 성공에 대한 신화를 버리고, 뜻이 맞는 사람과 공간에 적극적으로 가까워지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은다. 요즘 초식남이 많아지는 이유에 대한 분석도 있다. “요즘 젊은 남자가 제일 싫어하는 일은 누군가에게 이용당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초식계가 되어버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면요, 욕망을 갖게 되거나 타인에게 욕망을 들키면 교묘하게 이용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책 중반에 등장하는 청소 예찬, 책 말미에 언급되는 “결단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면 이미 패배랍니다”라는 논의도 눈길을 끈다. 이 책은 북펀드를 통해 출간되었다. 책이 논의하는, 공유하는 가치의 실현을 위해 낯선 이들끼리 힘을 합하는 사례 자체이기도 하다.
[도서] 약자들의 생존술
글
이다혜
2014-05-29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우치다 다쓰루, 오카다 도시오 지음 / 메멘토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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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약자들의 생존술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