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신임 위원장 3차 공모를 냈다. 적임자를 찾지 못해 공모를 세 차례나 낸 건 영진위가 출범한 199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출범 이후 최고의 위기”라는 반응도 나온다. 영진위 관계자는 “누군가의 말처럼 신임 위원장이 인선되지 않는다고 해서 진행 중인 각종 사업들이 당장 차질을 빚는 건 아니”지만 “최근 영화 산업, 정책 환경이 달라지고 있고, 영진위도 부산으로 이전했다. 영진위를 둘러싼 환경들이 바뀌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신임 위원장이 없어 새로운 프레임을 구상하고 실행하지 못하고 있는 건 진짜 문제”라고 털어놨다.
영진위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3개월 동안 외부 기관으로부터 컨설팅을 받아 새로운 산업 환경에 맞는 각종 영화진흥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임 위원장 인선이 예상보다 크게 늦춰지면서, 올해 안에 새로운 계획을 펼쳐내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와 협의 중인 2015년 영진위 예산안은 내부 검토 뒤 6월쯤 기획재정부에 제출될 예정인데 이번 공모 역시 물거품이 될 경우 내부적으로 마련한 새 사업의 발표 및 추진은 그 시기가 크게 미뤄질 전망이다.
영진위가 신임 위원장을 뽑지 못하는 것보다 영화계의 무관심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한 제작자는 “현재 영화계가 구심점이 없다. 제협은 제협대로, PGK(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는 PGK대로, 감독조합과 시나리오작가 조합은 또 그들대로 4분5열된 상태”라며 “나중에 문화부나 그 윗선이 개입해 영화 산업을 잘 모르는 인사를 임명하게 되면 그때 후회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라고 영화계 안팎의 관심을 촉구했다. 또 다른 영화인은 “3차 공모에서도 적임자를 가려내지 못할 경우,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하나는 문화부나 그 윗선이 직접 적임자를 찾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전임 김의석 위원장이 1년 연임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