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folk라는 영어 단어는 본디 친척을 일컫는 데 주로 쓰였으나 이 단어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 정의되어야 할 운명인 모양이다. ‘작은 모임을 위한 가이드’(a guide for small gathering)라는 부제에 걸맞게, 매거진 <킨포크>는 가까운 사람들과 소박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방식에 대한 글과 사진을 담았다.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가까운 사람들, 나아가 ‘때때로 가까운’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에 대한 제안서인 셈. 이번에 7권의 번역판 <킨포크>가 한꺼번에 선을 보였는데 이전에 <킨포크 테이블>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두권의 책을 기억하는 이라면 그 세계의 확장판이라고 여기면 되겠다.
그래서 대체 뭐에 대한 매거진이냐. 목차는 ‘홀로’, ‘둘이서’, ‘그리고 여럿이’로 나뉘며, 그 항목들 아래에는 제각기 다른 작가들이 쓴 글과 찍은 사진이 소개된다. 고독에서 위안을 찾는 사람에 대한 글, 직접 키운 닭이 낳은 달걀을 수확하는 사진, 여럿이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은 레스토랑의 오너와 주방장, 웨이트리스, 매니저, 바리스타와의 인터뷰가 벼락을 맞는 듯한 깨달음을 안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박하고 풍요로운 삶(문자 그대로의 의미라기보다는 약간 허세 섞인, ‘보기도 좋은’ 에코라이프)에 대한 관심을 타인과 공유하고 천천히 현실로 만들어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 배가 불러오는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명사들의 재치 있는 한마디가 다수 실려 있는데, <시민 케인>과 <악의 손길>의 오슨 웰스의 말은 그 캐릭터와 이 매거진의 성격을 두루 따져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주치의는 내게 이제 4인 만찬을 준비하지 말라고 했다. 나 말고도 세명이 더 있을 때가 아니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