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에 부적절한 사생활’로 인해 작은 마을로 좌천되어 내려온 파출소장 영남(배두나)은 마을 사람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한 채 매일을 술로 살아간다. 하지만 의붓아버지 용하(송새벽)에게 학대받고, 학교에서도 따돌림받는 소녀 도희(김새론)에게 영남의 등장은 구원과도 같다. 도희를 우연히 도와주게 된 영남은 그녀를 용하로부터 떼어놓기 위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함께 지내며 돌보기로 결정한다.
‘두명의 상처 입은 영혼이 자신의 아픔과 외로움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게 되는 이야기’라고 쉽게 정리하고 싶겠지만, 사실 <도희야>가 건드리고 있는 이야기의 결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영화는 도희와 영남(그리고 영남의 여자친구 은정)을 하나로 묶은 뒤, 이들의 문제를 ‘감정적’ 차원으로 접근하지만, 이들의 대척점에 놓인 불법 이주노동자들과 마을 주민들에 대해서는 ‘이데올로기적’ 차원으로 접근한다. 이러한 불균질성이 관객의 마음을 힘들게 만든다. 문제는 ‘소수자’라는 이름으로 불러온 여러 문제들이 엔딩까지 미처 다 정리되지 못한 채 남겨지거나, 성급하게 봉합해보려는 시도로 마무리된다는 점이다. 여기에 배우들간의 연기 톤이 잘 조율되지 않아 떼어놓고 보면 좋았을지 모를 연기들이 겉돌고 만다는 점도 못내 아쉽다. 크레딧에서 제작자로 참여한 이창동 감독의 이름을 발견하니 영남의 차가 빗길을 뚫고 마을로 들어서는 영화의 첫 장면이, 그리고 여주인공이 겪는 일련의 여정이 <밀양>의 그것과 닮아 있다는 생각에 힘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