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에 나는 일거리가 없어 고군분투하는 배우였다. 하지만 드라마 한편에 출연한 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두바이, 남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의 팬들이 보내온 팬레터를 받고 있다. 그것이 한국 드라마가 가진 힘이다.”
2014년 5월14일, LA에서 열린 제1회 ‘K-Drama in LA’의 진행을 맡은 배우 대니얼 헤니가 행사의 문을 열며 꺼낸 이야기다. 매년 5월 할리우드의 주요 스튜디오들이 전세계의 방송사와 케이블 네트워크에서 파견된 바이어들에게 신작 TV시리즈를 소개하는 제53회 ‘LA 스크리닝’ 행사와 더불어 개최된 이번 행사는 한마디로, 미국과 남미의 방송 관계자들에게 지난 10년 사이에 빠르게 변화해온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모습을 소개하고 방송사 관계자들 사이의 만남을 주선하는 자리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 사무소에서 주최한 이 행사에는 CJ E&M, JTBC, MBC, KBS, SBS 등이 참여했고, <별에서 온 그대> <기황후> <밀회> <갑동이> <제빵왕 김탁구> 등 13편의 드라마가 소개되었다. 프레젠테이션 이후 각 방송사는 따로 마련된 부스에서 신청자에 한해 관심 있는 콘텐츠에 대해서 논의하는 시간도 준비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 사무소의 홍엘리 매니저는, 방송사별 미팅이 사전에 모두 마감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K-Drama in LA’는 한국 드라마 콘텐츠가 TV시리즈의 제작이 발달한 미국 시장에서 가지는 경쟁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행사에 참여한 엔터미디어 픽처스의 세바스천 리 프로듀서에 따르면, 한국 드라마 몇편의 리메이크에 대한 대화도 오갔다고 한다. 한 외국인 바이어는 “많은 돈과 노력을 투자해 완성한 드라마가 시즌제로 이어지지 않는 점이 놀랍다”면서 한국 드라마의 시즌제 리메이크에 대해서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당장은 성과를 가시화하기 어렵겠지만, 한국 드라마에 대해 해외 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행사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