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이 없으리라는 짐작까지 겹쳐 이 절망의 깊이가 가늠이 안 된다. 이 검고 춥고 깊은 바다에서 나오고 싶다. 그러려면 최소한의 공기가 필요하다. 그 ‘공기’가,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퇴진할 이유는 차고 넘치지만, 퇴진할 사람 아니다. 퇴진시킬 힘 없다. 하지만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 집요하게 물어야 한다. 지체할 짬이 없다. 필사적으로 팔다리를 저어야 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올라와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그래야 바꿀 수 있다. 이 와중에 진영논리를 뒤집어씌워 면피하려는 것도 우습지만, 자기 선명함을 드러내기 위해 진영논리에 발을 담그는 것도 경계한다.
스스로를 ‘개병신’이라 칭한 KBS 새노조와 기자협회에도 당부한다. 반성 보도, 제도 개선, 사장 사퇴 안 하면 파업한다고 천명했지만, 시청자의 한명으로서 그 뜻만 받겠다. 지금은 파업을 할 때가 아니라 일을 할 때다. 어렵게 얻어낸 15분대 두 꼭지 반성 보도를, 5분대에 세 꼭지 바른 보도로, 나아가 메인 꼭지로, 전체 꼭지로 만드는 데 사력을 다해달라. 회사 로비에서 농성하고 청와대 앞에서 시위하는 것보다 이것이 백배는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 안다. 그러니 해달라. 설사 그 일부밖에 못한다 해도 그것이 피해자와 시청자에게는 더 위로가 되고 수긍이 간다. 다 안다. 당신들에게 무기가 없다는 것을. 하지만 물러난 보도국장 자리에 발령 전날의 청와대행을 설명 못하는 보도국장이 앉듯이, 벌써부터 ‘좌빨’ 물감 뿌려대는 간부들이 있듯이, 정치적으로 매도되고 몇명 다치고 시간만 속절없이 흐르는 악순환을 또 보고 싶지는 않다. 지금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달라. 그렇게 사회의 공기, 숨쉴 공기, 에어포켓이 되어달라.
세상은 이미 세월호 전과 후로 나뉘었다. 부디 정중동하자. 깊은 물속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