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는 공원 벤치 몇개 바꾸는 데에도 관련 공무원이 몇달 동안 몇 가지 모형을 현장에 놓고 사람들의 반응을 지켜본 뒤 편의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결정한 다음 제작업체를 고른다고 한다(업체부터 정하고 너희가 알아서 ‘싸게 빨리 몽땅’이 아니라). 아이와 엄마가 살기 좋은 나라 1위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 나라는 공무원이 제정신이다.
총리는 장례비를 보상금에서 뺄 것을 계산하고, 교육부는 분향소에 놓인 VIP 조화의 관리 상태를 확인하며, 산업통상자원부는 악성댓글 자제를 빌미로 SNS상 여론 “꾸미기”에 골몰한다. 복무규정을 들어 추모집회에도 참석하지 말라고 서로 사발통문을 돌린다. 한마디로 BH(청와대)의 VIP(대통령) 심기를 살피고 욕먹지 않게 하기 위해 누가누가 잘 감시하고 잡도리하나 경연대회라도 하는 것 같다. 왜. 그래야 일하는 것 같으니까. 적어도 일하는 것으로 보고할 수 있으니까. 영혼 없는 복지부동이 댓글 컨트롤타워와 의전 매뉴얼을 만나면 이렇게 되는구나. 님께서는 국가 개조를 말씀하시기 전에 공무원 ‘개’조를 걱정하실 일이다.
국민권익위원회와 연결된 청와대 신문고에 청해진 해운의 비리와 안전문제를 고발하는 민원이 진작에 올라왔건만 몇달째 뭉개졌다. 그런데 같은 곳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글을 페이스북에 쓴 교사를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는 이유로 해당 교육청에서 그 교사에게 득달같이 경고를 보냈단다. 해당일 근무자의 발빠른 ‘촉’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우리 사회 일각의 광기에 가까운 악의와 적의는 지나치게 확대 재생산되는 면이 있다. 면역은커녕 그들의 발언에 확성기를 달아주고 심지어 그를 빌미로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위험천만한 이익놀음을 세력화하고 굳히는 데 일조한다면, 공무원이 아니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연금이 보장된 철밥통 공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