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미한 우울증, 즉 우울감에 대해 지나친 경계를 할 필요가 없다는 조언을 담은 책 두권이 선을 보였다.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은 정신 의학계의 야심과 제약업체의 잇속 챙기기가 합쳐져 정신장애가 과잉진단되고 과잉처방되고 있다는 말을 전한다. 과거에는 각종 귀신들린 병들(종교의 힘을 빌려 쫓을 수 있다고 믿어 종교권력이 세속사회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만든)이 유행했다면 이제는 자기통제 이슈가 정신병의 새로운 유행이 되었음을 지적한다. 미국 십대의 4%가 항우울제를 복용 중이다. 한때 ‘산만한’ 정도로 표현되던 활달한 아이는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처방을 받는다. 한편 <위험한 자신감>은 “자신감은 성공의 결과지 원인이 아니다. 즉 자신감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성공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자기애와 무한긍정은 자기고양 편향의 결과이며, 이런 사람들은 무능력으로 발생하는 부정적 상황을 자신감으로 대응해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자기성찰 능력이라고 말이다.
가까운 이와 사별한 뒤 경험하는 애도의 감정은 우울증의 형태를 띤다. 그 감정은 약물로 치료할 게 아니라 이별을 받아들이는 고통스럽지만 반드시 필요한 두뇌의 반응이므로 있는 그대로 경험해야 한다. 더불어, 능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해 인정받지 못한다는 슬픔이 유발하는 우울감은 진화론적인 역할을 맡는다. 우울감은 같은 경험이 반복될 가능성을 줄임으로써 더 큰 타격을 입지 않도록 돕기 때문이다. 중증 우울감이 아니라면 지나친 공포를 느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우울감은 인간이 수백년간 진화시킨 심리적 기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