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인도는 총선으로 그 열기가 한창이다. 연이은 성범죄와 함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여성인권문제는 이번 선거에서 주요 정치공약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흥미로운 영화 한편이 이목을 끌었다. 액션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영웅과 악당 역을 모두 여배우들에게 맡긴 <굴랍 갱>이 그 주인공이다. 인도 중부에 현존하는 굴라비(분홍색을 의미) 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분홍 사리를 입은 여전사 라조(마두리 딕시트)와 야욕의 여성 정치인 수미트라(주히 차울라)간의 대결을 그렸다. 자경단을 구성한 라조는 학대 여성들을 대표해 가해 남성들에게 철퇴를 가하고 기득권을 대표하는 수미트라와 대립각을 세우게 된다. 감독 사우미크 센은 여성을 액션영화의 전면에 내세운 것은 발리우드에서 이상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라조의 모델이 된 삼파트 팔 데비가 동의 없이 자신과 단체를 영화화했다는 이유로 상영 금지를 요구한 것이다. 팔 데비가 창설한 굴라비 갱은 학대와 폭력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과 더불어 조혼 반대 운동을 펼치는 여성 자경단으로 유명하다. 영화 내용이 실제와 무관하다는 제작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상영이 결정되자 그녀는 개봉 당일 단체에서 퇴출되고 만다. 아이러니하게도 지역 선거에 입후보하기도 했던 그녀는 영화 속 수미트라처럼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중시했는데 기부금을 남용하고 독재적인 리더십을 선보였다고 한다.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이 분홍 사리의 여전사처럼 영화 또한 날개를 잃고 추락했다. <굴랍 갱>은 개봉 초 1천여개의 상영관을 확보하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나 결국 흥행 참패라는 결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이 인도 영화계에 출현했다는 건 사회적 금기를 넘어선 의미 있는 도전이었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