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총상을 입고 도주 중이다. 급기야 도로를 가로질러 달리다 차에 받혀 쓰러지고는 주변 사람들에 의해 병원에 후송된다. 그가 해외에서 오래 일한 민간 특수부대원 여훈(류승룡)이라는 사실은 뒤에 밝혀진다. 여훈이 병원에 실려왔을 때 응급실 담당의였던 태준(이진욱)의 집에 다음날 괴한(진구)이 침입하여 태준의 임신한 아내(조여정)를 납치해간다. 괴한은 태준에게 여훈을 살려내 자기 앞으로 데려오라고 한다. 하지만 방법이 여의치 않다. 한동안은 여훈과 태준이 티격태격하더니만 뒤이어 등장한 여형사(김성령)가 여훈과 태준을 가로막기 일쑤다. 게다가 광역 수사대의 송 반장(유준상)까지 나서며 일이 커진다. 여훈과 태준은 뒤늦게나마 자신들이 어떤 모종의 함정에 빠졌다는 걸 알게 되고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간다.
<표적>은 프레드 카바예가 연출했고 질 를루슈, 로쉬디 젬, 제라르 랑방 등이 출연했던 프랑스 액션영화 <포인트 블랭크>(2010)를 원작으로 삼았다. 곤경에 빠진 주인공의 사투, 라는 골자를 취했지만 나머지는 적잖이 취사선택되었다. 원작의 킬러는 <표적>에서 함정에 빠진 여훈으로, 아내를 뺏기고 찾으려는 원작의 간호사는 의사 태준으로 바뀌었다. 주변 인물들도 적극적으로 추가되었다. 여형사와 송 반장이 주요한 예다. 이들이 서사적으로 얼마간의 긴장을 도모하며 극을 앞으로 밀고 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차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작에서 고스란히 가져온 것도 있다. 내용이라기보다는 이 계열의 장르적 분위기다. 예컨대 <테이큰>과 같은 프랑스식 액션 장르를 주도하는 제작자 뤽 베송의 영화가 주로 구성하는 장르적 분위기가 이 영화에도 팽배하다. 가족을 연루시키는 잔혹한 범죄, 사정을 보지 않는 지독한 인물들, 선과 악의 명확한 구도, 꼬여가는 상황들, 하지만 철인적 주인공. 그리고 창조적이고 튼튼하기보다는 익숙해 보이는 장면들. 따라서 <표적>은 단점조차 프랑스식 액션의 그것을 고스란히 가져온다. 때때로 지나치게 일반화되어 상투적으로 느껴지는 감정들, 그렇다치고 넘어가는 이야기, 세심하지 못한 디테일, 인물들간의 성기고 과격한 성격화 내지는 관계화 그리고 현란함을 앞세워 감정과는 별개로 구성되고 있는 것 같은 숏들.
일단은 <표적>이 원작으로부터 가져오고자 한 장르적 성격에 동화될 것인가 그렇지 못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관객의 판단을 가를 것 같다. 동화된다면 <표적>은 적절한 수준의 액션 오락물로 느껴질 것이다. 올해 <표적>을 비경쟁부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대한 칸영화제가 그렇게 느낀 것 같다(지난해 이 부문 상영작에는 두기봉의 <블라인드 디텍티브>가 있었다). 하지만 끝내 동화되지 못한다면 다소 뒤늦은 답습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류승룡이 액션영화의 조연으로 출연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극강의 주요한 액션 주인공으로 출연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액션영화배우 류승룡을 포인트로 놓고 관람하는 것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