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방송국이나 영화사 간부들 해도 해도 너무한다. 쇼비즈니스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이윤 추구라고는 하지만 시청자와 관객을 너무 우롱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지난 4월13일 방영을 시작한 인기 미국 드라마 시리즈 <매드맨> 때문이다. 2년 전 시리즈의 프로듀서와 방송사 <AMC>는 <매드맨>을 시즌7까지 방영하고 종방하겠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케이블 시리즈의 특성상 거의 1년 동안 <매드맨>의 마지막 시즌을 목이 빠져라 기다린 것. 하지만 방송사 <AMC>쪽은 지난가을 14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시즌7을 두 차례로 나누어 방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올해 4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7편을 본 시청자들은 나머지 7편을 보기 위해 내년 봄까지 또 기나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시리즈를 이렇게 엿가락처럼 늘리는 이유는 ‘돈’ 때문이라고. 오래 기다리게 할수록 팬들의 DVD 세트 구입이 크게 증가한다고 한다. 그 밖에도 광고를 더 따올 수 있으며, 엄밀히 따지면 같은 시즌이라는 이유로 장기간 출연해 몸값이 높아진 배우의 임금을 동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같은 시즌이지만 다른 해에 방영하면, 에미상이나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1년 더 후보에 오를 수 있는 ‘혜택’도 주어진다. 이같은 현상은 영화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영 어덜트 픽션’(10대부터 20대 초/중반 독자층을 겨냥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에서 크게 성행하고 있다. <해리 포터>와 <트와일라잇>이나 <헝거게임> 시리즈가 그 예다. 가장 최근에는 <다이버전트>가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얼리전트>를 2편으로 나누어 영화로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방송사와 영화사의 상술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매년 애타게 기다려야 하는 팬들의 마음은 누가 달래주나.